[※ 편집자 주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며 국경간 문턱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찾기 힘들어졌습니다.

특히 힘들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내국인마저 기피하는 농업과 제조업 분야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픈 상황입니다.

연합뉴스는 인천과 경기도 김포, 파주 등 수도권 일대에 있는 농가와 공장을 찾아 현실을 짚어 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3편의 기획 기사를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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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일할 사람 없는감?"
경기 김포 대곶면에서 9천900여㎡ 규모의 논과 포도밭을 일구는 문모(88) 씨는 당장 다음 달이 걱정이다.

말복(8월 15일)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벼 이삭을 패는 시기인데 일손을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7일 오후 자신의 논두렁 앞에서 만난 김씨는 "평소 아들이랑 단기 근로자로 들어온 외국인 10여명과 함께 수확에 나섰지만 올해는 어떻게 구하나 싶다"며 "일찍이 군청이나 농협에도 인력 지원 신청을 했지만 확답을 주기가 힘들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품앗이를 하면 되지 않냐"고 묻자 그는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라며 "마을 인구도 줄어든 데다 각자 인력을 써서 개별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뀐 지 오래"라고 답했다.

[외국인 근로자 실종] ① "추수철이 다가오는데…저 넓은 논 누가 다 메나"
법무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이민자 체류실태·고용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5월 현재 농림어업 분야의 외국인 취업자는 전년동기보다 5.3% 늘었다.

특히 인력 수요가 많은 모내기 철이나 수확 철에 집중적으로 입국한 계절 근로자는 매년 늘면서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단기취업(C-4·90일)이나 계절근로(E-8·5개월) 비자로 입국해 전국 시·군에 배정될 단기근로자는 5천명에 이르렀지만 코로나19로 잇달아 항공편이 취소되면서 차질을 빚었다.

김포 하성면 토박이로 3만3천㎡ 규모의 논농사를 짓는 권인안(62) 씨는 도움을 청할 길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권 씨는 "수확 철에는 적어도 30명은 필요하다"며 "지난해까지 인근 군부대에서 나오던 대민 지원도 뜸하고, 외국인 근로자도 구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내국인을 쓰려고 해도 교통사정이 열악한 데다, 일도 힘들어 지원자가 없다"고 말했다.

마을마다 수십명씩 오가던 외국인이 없어지자 인근 상인도 근심이 깊어졌다.

인천 강화군의 한 시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농사일 마치고 외국인 여럿이 몰려와 저녁 뒤풀이도 많이 했는데 올해는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강화군의 한 육묘장에서 일하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A(28)씨는 "동료가 많이 떠났다"며 "나도 함께 출국하려고 했으나 다리를 다쳐서 움직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농가에서 일하는 외국인끼리 모임을 가지면 30명이 넘게 모인 적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3명도 안된다"고 털어놨다.

[외국인 근로자 실종] ① "추수철이 다가오는데…저 넓은 논 누가 다 메나"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도 낙관적으로 보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 방문동거(F-1) 자격으로 체류 중인 외국인이 농촌에서 일할 수 있는 한시적인 제도를 시행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마감한 모집 공고에 불과 53명이 지원했다"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에는 부족한 인원이긴 하다"고 전했다.

외교부 체류관리과 관계자는 "하반기 단기 근로자를 모집했고 심사 중"이라며 "지금처럼 항공편이 없다면 합격을 했더라도 입국을 못하는 이들이 생길 테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파주에서 농가를 운영하는 이모(43) 씨는 "지난해 이맘 때만 해도 경력이나 나이, 한국어 능력 등 여러 면을 따져서 골라 뽑았지만 요즘에는 지원 자체만 해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