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귀화, 지금은 팀내 주전 센터에 태극마크까지
대만서 온 여자농구 국가대표 진안 "좋아하는 선수는 정대만"
"대만아, 괜찮아? 좀 (벤치로) 나와서 쉴래?"
10일 부산 기장군 부산은행 연수원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와 청주 KB의 연습 경기. 유영주 BNK 감독이 코트 위에서 쓰러졌다가 일어선 선수를 향해 몸 상태가 괜찮은지 물었다.

선수들도 경기 내내 수시로 '대만아, 대만이 언니'를 외쳐댔다.

'대만이라는 이름의 신인 선수가 들어왔나' 싶어서 알아보니 그 선수는 바로 BNK 주전 센터 진안(24·181㎝)이었다.

이날 연습경기에 BNK는 별명을 영어로 표기한 유니폼을 입고 뛰었는데 진안의 유니폼에 새겨진 이름도 아예 '대만(DAEMAN)'이었다.

정상호 BNK 사무국장은 "외국인 선수가 비시즌 연습할 때 선수들의 이름을 빨리 익히도록 연습 유니폼에는 별명을 영어로 표기했다"고 설명했다.

대만서 온 여자농구 국가대표 진안 "좋아하는 선수는 정대만"
진안의 별명이 '대만'인 것은 진안이 대만에서 귀화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이란이라는 도시에서 태어난 진안은 만 15세 때 한국 국적을 얻었다.

연습 경기가 끝나고 만난 진안은 "그때 대만에서 학교를 옮겼는데 그럴 경우 규정에 따라 2년간 경기를 뛸 수 없게 됐다"며 "한국에 자매결연 학교에서 이를 안타깝게 생각해서 일단 한국 와서 뛰라고 배려해주셨다"고 한국과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원래 고등학교까지 한국에서 마치고 대만으로 돌아가는 계획이었는데 드래프트에도 나갈 수 있게 되면서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가족은 대만에 있어서 8년간 혼자 한국에서 지내는데 처음엔 힘들었지만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대만서 온 여자농구 국가대표 진안 "좋아하는 선수는 정대만"
'대만'이라는 별명에서 떠오르는 이름은 역시 인기 농구 만화인 '슬램덩크'의 정대만이다.

'혹시 정대만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진안은 "처음엔 몰랐는데 만화 카페에서 슬램덩크를 보면서 알게 됐다"며 "정대만 선수를 보면서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제 등 번호도 14번으로 바꾸고 싶을 정도였고, 대만이라는 별명도 더 마음에 들게 됐다"고 활짝 웃었다.

그는 "구슬 언니가 대만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며 "감독님부터 모두 대만이라고 부른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진안은 "사실 대만 친구들이 '외국에서 왔다고 한국에서 괴롭히지 않느냐'고 걱정하기도 한다"며 "그런데 '분명히 친구인데 왜 나를 아기처럼 볼까'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친구들이 '먹고 싶은게 뭐냐'부터 너무 저를 잘 챙겨준다"고 주위 친구와 지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진안'이라는 이름도 한국에서 새로 지은 이름이다.

당시 수원여고 진병준 감독의 성을 땄고, 이름의 '안(安)'은 어머니가 '한국에서 항상 평안하게 지내라'는 의미로 붙여주셨다는 것이다.

대만 이름은 쉬샤오통이다.

진안은 "'쉬'는 허재 감독님의 '허(許)'를 대만식으로 발음하는 것"이라고 가르쳐줬다.

대만서 온 여자농구 국가대표 진안 "좋아하는 선수는 정대만"
2015년 10월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지명된 진안은 지난해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 처음 성인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이 대회에서 대만과 맞대결을 하게 돼 주목을 받기도 했던 진안은 "사실 2015년 러시아에서 열린 19세 이하 월드컵 때 대만과 처음 마주하게 됐다"며 "그때는 정말 느낌이 그래서 경기 전날 감독님께 가서 '경기에 안 뛰면 안 되겠냐'고 말씀드리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진안은 "감독님이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을 텐데 이겨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고, 동료 선수들도 격려해줘서 잘 해냈던 것 같다"며 "작년 아시아컵에서도 대만에서 알고 지내던 언니들이나 친구들이 대만 대표로 나와서 만났다"고 밝혔다.

국가대표에도 이름을 올리며 한국 여자농구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매김하는 그는 "다음 시즌 목표는 매 경기 리바운드 10개"라며 "우리 팀이 6개 구단 중 높이가 낮은데 외국인 선수도 없기 때문에 리바운드에 더 신경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