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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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 지휘를 받드는 수명자는 따를 의무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지휘권자를 존중하는 것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대안을 꺼내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님. 검사장을 포함한 현재의 수사팀을 불신임할 이유가 없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둘러싼 법무부 내부 논의 과정이 8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범여권 인사들을 통해 SNS에 게재됐다가 부랴부랴 삭제됐다.

최 대표는 8일 추 장관이 윤 총장의 건의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 2시간여 지난 오후 10시께 [법무부 알림]이라는 법무부 대변인 공지나 보도자료 취지의 문자메시지 내용의 글을 올렸다.

최 대표는 위와 같은 메시지를 올리면서 "'공직자의 도리' 윤 총장에게 가장 부족한 지점. 어제부터 그렇게 외통수라 했는데도…ㅉㅉ"이라고 글을 썼다.

법무부 출입 기자들도 받지 못한 메시지를 최 대표가 공개하자 문의가 이어졌고 약 12분 후 법무부 대변인실은 "최강욱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법무부의 메시지가 아니다. 이와 같은 메시지를 배포한 적도 없고, 현재로서는 배포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곧 이어 10시 20분 경 최 대표는 "공직자의 도리 등의 문언이 포함된 법무부 알림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되어 삭제했다"면서 "법무부는 그런 알림을 표명한 적이 없다. 오해 없길 바란다. 혼선을 빚어 송구하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임찬종 SBS 기자는 "최 의원은 법무부 대변인실도 존재를 모르는 '법무부 알림' 메시지를 누구로부터 받은걸까"라며 "법무부 또는 정부와 관련된 누군가가 배포 예정인 메시지의 초안을 미리 보내줬을 가능성은 없을까. 물론 법무부나 정부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 어딘가에서 들은 근거 없는 소문을 최 의원에게 전달하고 그가 검증없이 올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거세게 압박하는 배경에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들이 있다는 관측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추미애 장관이 청와대의 조율 없이 혼자서 이런 짓은 못한다"면서 "윤 총장을 쳐내는 게 청와대의 뜻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최 대표의 실수로 배포된 메시지는 연합뉴스 확인 결과 법무부가 윤 총장의 건의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언론에 알리기 위해 추 장관과 문구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일종의 가안으로 확인됐다.

법무부가 내부 논의를 거쳐 이날 오후 7시50분께 언론에 배포한 메시지는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음'이었다.

논란이 일자 최 대표는 이를 언론플레이로 규정했다.

최 대표는 이어진 페이스북 글에서 "청와대 배후설을 음모론으로 미래통합당에서 제기하더니, 마치 제가 법무부와 교감하며 뭔가를 꾸미는 것처럼 언론플레이 한다"면서 "귀가하는 과정에서 SNS를 살피다 언뜻 올라온 다른 분의 글을 복사해 잠깐 옮겨적었을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진중권 교수는 이를 "청와대 문건이 최순실(개명후 최서원)에게 넘어간 것과 동일한 사태로 중대한 사안이다"라면서 "최 의원은 정부 문서를 어떻게 훔쳤는지 해명해야 한다. 정부의 문서가 밖으로 줄줄 새나간다"고 지적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