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당국이 치매 이외 용도로 사용될 경우 보험급여 혜택을 줄이려는 의약품에 대해 제약사 66곳이 급여축소 결정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급여 적정성을 재평가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치매치료제로도 조차 제대로 효능을 인정받지 못한 약을 다른 용도로 쓰더라도 국민이 낸 소중한 건강보험료로 조성한 건보재정을 계속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8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제약사 66곳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한 건보 급여를 줄이기로 한 데 대해 "환자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의료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보장성 강화대책의 근본 취지에 전면 배치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건보재정 절감을 이유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보장률을 떨어뜨리는 것은 치매국가책임제와도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는 지난달 11일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대해 중증·일반 치매에만 현행 급여를 유지하기로 했다.
경도 인지장애나 정서불안, 노인성 우울증에 대해서는 선별급여를 적용해 환자의 약값 본인 부담률을 80%로 올리기로 하는 등 급여 혜택을 줄이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의약품당국은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효능·효과를 재평가하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3일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 255개 품목(134개사)의 임상 재평가에 들어가 치매 치료에 대한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재검증한다.
재평가를 받지 않으면 퇴출당할 수 있다.
이들은 정부의 이런 조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가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재검증을 하기도 전에 급여 평가부터 먼저 해 '선후'가 뒤바뀌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식약처로부터 정식 품목허가와 허가 갱신을 받아 20년 이상 처방돼 온 의약품인 만큼 임상 재평가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급여 재평가도 유보하는 것이 순리"라고 밝혔다.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효능을 두고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미국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고, 일본에서는 퇴출 수순을 밟고 있는 성분이다.
치매치료제로 공인된 적이 없어 외국에서는 뇌 대사 기능개선제로 나이가 들어 기억력 감퇴, 무기력, 어눌함을 느끼는 환자에게 쓰도록 허가됐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 등에서는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치매 환자의 뇌 속 신경 물질 생성에 도움을 준다는 데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치매치료제로 허가받은 적은 없지만,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4명 중 1명에게 처방되고 건강보험이 적용돼 매년 막대한 보험급여비가 투입되고 있다.
심평원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콜린알포세레이트 약품은 2014∼2018년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들에게 처방된 건수가 151만5천여 건에 달했다.
2011~2018년 급여 청구 건수는 2천929만건에 이르며 청구금액은 무려 1조1천77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건보재정을 축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치매 등 특정한 병증 치료 목적보다는 기억력 감퇴나 어눌함을 고치기 위해 영양제처럼 오래 복용하는 약품이다.
그런데도, 최근 국내에서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치매 예방제', '뇌 영양제'로 오해해서 치매나 인지장애와는 상관없는 '치과'에서도 콜린알포세레이트 약품을 처방하는 일마저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