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경찰이 자국의 불법체류자 일제 단속을 부정적으로 보도했다며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방송을 수사 중이다.
8일 말레이메일 등에 따르면 알자지라 방송은 최근 말레이시아 이민 당국과 경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앞세워 5월부터 인도·미얀마·방글라데시·네팔 등에서 온 불법 체류 노동자 수천 명을 체포한 사건을 25분짜리 다큐멘터리로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말레이시아의 봉쇄에 갇혔다'(Locked Up in Malaysia's Lockdown)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불법체류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와 구치소 내 집단감염 사태 등을 다뤘다.
말레이시아 이민 당국은 5월 2일 쿠알라룸푸르의 외국인 주거 지역에서 586명을 체포했고, 같은 달 11일 쿠알라룸푸르의 도매 시장에서 불법 체류 노동자 수백 명을 체포하는 등 반복해서 단속을 벌였다.
집중 단속 후 이민자 구치소 여러 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무더기로 확인됐다.
5월 26일 신규 확진자 187명 가운데 173명이 외국인 노동자였고, 29일에도 신규 확진자 103명 가운데 84명이 외국인 노동자였다.
6월 4일에는 쿠알라룸푸르 외곽 부킷 잘릴 이민자 구치소의 외국인 노동자 27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알자지라의 다큐멘터리 보도 후 말레이시아 정치권은 "국가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발끈했다.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국방부 장관은 "알자지라는 우리가 인종차별주의자인 양 잘못된 사실을 보도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은 "알자지라 방송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에 착수했다"며 "방송 내용이 시위 유발 등 범죄 관련 요소가 있는지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알자지라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고자 연락 중이며 이민 당국은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인터뷰한 방글라데시 국적 불법체류자 등의 신원을 특정해 찾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달 중순부터 10명 안팎을 오가다 이달 들어서는 한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