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클레이즈·크레디트스위스·모건스탠리 등 잇달아 사무소 축소·철수
"2008년 금융위기 후 이미 진행…장기적으로 줄어들지는 미지수"

영국 런던에서 미국과 유럽 대형 은행들이 사무실 규모를 축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달 바클레이즈가 투자은행 본사를 런던에서 빼고, 크레디트스위스는 9개 층을 매각할 방침이다.

또 모건스탠리도 런던에서 나오려 검토 중이다.

런던서 사무실 빼는 금융사들…코로나19가 가속화
금융사들의 런던 이탈은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부터 계획된 것으로 전해졌다.

3세기만의 최악의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을 상황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동산 투자사인 코헨앤스티어스의 로지어 쿼진스 유럽 부동산 최고 책임자는 "대형 은행들이 빠져나갈 경우 건물주들 입장에서는 매우 큰 위험이 될 수밖에 없다"며 "런던의 경우 경기침체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에 코로나19가 위험을 키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은행들은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 해 현금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난 2008년 세계적 금융 위기 이후 직원들을 내보내면서 이미 사무실 공간을 축소해왔으며, 9년간 줄어든 런던의 금융사 사무실 면적은 서울 여의도 공원 면적의 약 2.4배인 55만7천41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구조조정이 빨라져 12개 대형 투자회사는 5%를 감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최근 6년 동안 동기 대비 가장 큰 감원으로서 유럽의 대출 기관들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 시작됐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유럽 은행 임직원이 2019년 초반과 비교해 20%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인력 감축뿐만 아니라 사무실 축소 역시 투자기관의 결정에 달려 있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경영진은 재택근무가 효과적이고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으며, 마침 기업도 비용 절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바클레이즈나 모건스탠리의 경영진 역시 기업 본사를 유지하는 게 과거 방식이 아닌가 의문을 품게 됐으며, 크레디트스위스는 직원 3분의 1은 항시 재택근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 측은 "금융사들은 이미 5개년 계획으로 코로나19 전 사무실의 20%를 줄이려 하고 있었다"며 "결국 지금 벌어지는 일은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며, 이보다는 코로나19 때문에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5∼2019년까지 5년 동안 런던에서 금융권이 사무실 임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3%에서 19%로 떨어진 반면, 같은 기간 미디어·IT회사와 사무실 공유 회사 등이 차지하는 비율은 27%에서 41%로 상승했다.

런던에서는 코로나19 봉쇄가 시작된 지난 3월 중순 이후 회사들이 9만2천900㎡의 사무실 면적을 줄이려 했으며, 이 중 16%는 은행권이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에서는 금융사 대부분 직원이 여전히 재택근무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사무실 공간이 얼마나 필요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이에 대해 부동산 회사들은 느긋한 편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에 따라 사무실의 가치가 줄고 월세 납부도 줄어들 수 있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회사들은 상징적인 본사 건물을 소유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또 재택근무를 하다 보면 직원들이 직접 만나서 일하는 데 대한 필요성도 느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