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공연 동원된 금등·대포 방류 옳았나?" 논란 존재
"세 차례 걸친 방류 사업 성과·가치 부정할 수 없는 사실"

3년 전 고향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금등'(25∼26세 추정·수컷)과 '대포'(23∼24세 추정·수컷)는 어디에 있을까.

금등이와 대포는 지난 2017년 7월 18일 제주 바다에서 방류됐지만,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금등이와 대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 방류된 7마리 중 2마리 실종
방류 당시 금등이와 대포의 건강 상태는 아주 좋았다.

제주시 함덕 앞바다에 마련된 원형 가두리 안에서 2개월간 제주 바다에 적응하며 활기차게 헤엄쳐 다녔고 방류 직전 마지막으로 던져 준 살아있는 생선을 적극적으로 사냥하는 모습을 보여 야생 본능이 남아있음을 확인시켜줬다.

가두리 그물이 걷어 올려지며 바다로 가는 '문'이 열리자 20분쯤 뒤 대포가 먼저 가두리 바깥으로 나갔고, 금등이는 1시간 가까이 머뭇거리다 자연으로 돌아갔다.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금등이와 대포의 등지느러미에는 각각 숫자 6·7이란 동결표식이 있어 눈에 띄기도 쉽지만 단 한차례도 포착되지 않았다.

남방큰돌고래 방류는 2013년(제돌·삼팔·춘삼)과 2015년(태산·복순), 2017년(금등·대포) 모두 3차례(7마리)에 걸쳐 이뤄졌다.

2013년과 2015년 먼저 고향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들의 경우 방류 직후 짧게는 5일, 길게는 16일 만에 다른 야생 무리와 어울려 지내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현재까지도 제주 연안을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으며, 방류된 남방큰돌고래 중 암컷인 삼팔·춘삼·복순이는 새끼까지 출산하며 자연에 무리없이 적응하고 있다.

제돌이와 춘삼이의 등지느러미에는 숫자 1·2라는 동결표식이 돼 있지만, 삼팔이와 태산·복순이에는 동결표식이 없다.

동결표식이 있는 돌고래들은 연구자들에 의해 쉽게 구별되고 있고, 그렇지 않은 돌고래들은 개체식별조사 연구방법을 통해 구분된다.

바다에서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통해 돌고래 개체를 확인하는 개체식별조사는 제주 연안에서 발견되는 남방큰돌고래의 등지느러미 형태와 혈관줄기, 몸에 난 상처자국 등이 개체별로 다른 점을 이용해 개체별 식별번호를 부여하는 연구방법이다.

지난 2007년부터 제주 연안에서 발견되는 남방큰돌고래 대부분의 개체가 이와 같은 방법으로 구별된다.

◇ 19∼20년간 공연하던 돌고래의 방류
지난 2017년 금등이와 대포에 대한 마지막 방류를 결정할 당시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금등이와 대포는 불법 포획된 이후 19∼20년 장기간 공연에 동원되며 사람과 함께 생활해 온 만큼 3∼6년여간 공연에 동원됐다 자연으로 돌아간 제돌(1천540일)·춘삼(1천487일)·삼팔(1천137일)·복순(2천258일)·태산(2천203일)과는 상황이 달랐다.

금등이는 1998년 제주시 한경면 금등리 앞바다에서, 대포는 1997년 서귀포시 중문 대포동에서 어업용 그물에 걸려 1999년(당시 7∼8세)과 2002년(당시 8∼9세) 각각 서울대공원 동물원으로 반입됐다.

제돌이 등은 2009년 5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붙잡힌 11마리의 남방큰돌고래 중 살아남은 5마리다.

이들 5마리 중 사람에 길든 기간이 가장 짧았던 삼팔이의 경우 2013년 제돌이와 함께 자연 적응훈련을 받던 도중 찢어진 그물 틈으로 빠져나가 일주일도 안 돼 야생 무리에 합류한 모습이 발견되기도 했다.

호기심이 가장 강했고, 제돌이 등보다도 야생성을 많이 간직했기 때문이었다는 게 당시 연구진의 평가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20년간 사람과 가까이하며, 자연에 있을 때보다도 훨씬 오랜 기간 공연에 동원된 금등이와 대포의 경우 야생으로 방류되는 과정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어찌 보면 당연했다.

오랜 기간 수족관에 살아온 전 세계 돌고래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논란이 계속됐던 터라 당시 금등이와 대포의 방류는 해외에서도 관심이 컸다.

금등이와 대포는 이 같은 우려를 잠재울 정도로 당시 야생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고등어, 오징어, 광어 등 살아있는 생선을 잡아먹으면서 야생성을 키웠고, 파도·수온·바람 등 제주의 거친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훈련 과정을 거쳤다.

◇ 살았을까 죽었을까
바다로 돌아간 금등이와 대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살아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을 가능성과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고 폐사했을 가능성 등 크게 두 가지 경우의 수로 점쳐진다.

돌고래 보호 단체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야생 적응훈련을 거쳐 상당수준 야생성을 회복했다는 판단에 따라 방류가 이뤄졌다.

무리와 어울리지 못하고 먼 바다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가 아닌 다른 나라 연안에 살던 남방큰돌고래가 먼 거리를 이동해 충남 등 우리나라 인근 해안에서 발견된 사례가 1∼2차례 있었다.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물론 폐사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사람에 의해 붙잡혀 20년 가까이 살았는데 단 하루를 살더라도 고향 바다에서 자유롭게 사는 것이 더 행복했을 것"이라며 "실제로 10년 이상 이들을 사육했던 사육사들도 제주 바다에서 적응하는 기간 금등이와 대포가 더 행복해했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반면,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김현우 박사는 폐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 박사는 "수족관에서 19∼20년 생활하며 인간의 손길에 적응했고, 각 개체의 나이도 많은 편이었다.

한곳에 정착해 생활하는 남방큰돌고래의 특성상 멀리 이동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그는 "멀리 이동하더라도 주로 미성숙 개체들이고, 성숙한 개체인 경우 그런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남방큰돌고래의 수명은 40∼50년 정도다.

금등이와 대포의 나이는 20대 중반 정도로 추정되며 사람의 나이로 환산하면 50∼60세가량이다.

또 다른 연구자는 "오랜 기간 인간의 손길에 적응된 남방큰돌고래의 방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방류 결정이 옳았는지 또는 틀렸는지에 대해 속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논란의 여지는 있다.

그러나 세 차례 이어진 남방큰돌고래 방류는 '전시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동물도 인간과 함께 엄연히 존중받아야 할 자연 공동체임을 깨닫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방류된 돌고래가 야생에서 새끼를 낳아 기르는 모습을 두 차례나 확인하는 등 세계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큰 성과를 거뒀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