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흰목휘파람새 노래 "바이러스 번지듯" 바뀌어
지지배배 참새 노랫소리에도 '유행' 있다
새들은 대부분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짝짓기 구애를 할 때 노래를 한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만 고수하기 때문에 새들의 노랫소리는 잘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캐나다 참새 종(種)인 '흰목휘파람새'(whitethroat·Sylvia Communis)의 노랫소리가 지난 20년 사이에 "바이러스 퍼지듯" 바뀌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물·의학분야 학술지를 발간하는 '셀프레스'(Cell Press)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캐나다 노던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생물학 교수 켄 오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흰목휘파람새의 노랫소리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흰목휘파람새가 셋잇단음표로 끝내온 기존 노랫소리를 버리고 두잇단음표로 끝나는 노래로 바꿔 부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새의 경쾌한 노랫소리에 맞춰 "오 내 사랑 캐-나-다, 캐-나-다, 캐-나-다"라는 짧은 노래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 노래가 "캐-나, 캐-나, 캐-나"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1960년대만해도 캐나다 전역에서 셋잇단음표로 끝나는 노랫소리만 있었지만 90년대 말에 이미 서쪽 끝인 브리티시 컬럼비아에서 두잇단음표 노랫소리가 퍼지기 시작해 이제는 로키산맥을 넘어 온타리오까지 약 3천여㎞ 걸쳐 옛 노랫소리를 대체하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새 중에서 일부 종은 노래를 바꾸는 것으로 연구돼있지만 이는 방언처럼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으로 이번처럼 광범위한 지역에서 바뀐 사례는 보고된 적이 없다고 한다.

연구팀은 시민과학자들의 도움을 얻어 2000년부터 2019년에 녹음된 1천785건의 흰목휘파람새 노랫소리를 분석해 이런 연구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은 "지난 2004년만 해도 앨버타주 절반까지도 퍼지지 않았으나 10년만에 앨버타 전역에서 녹음된 노랫소리가 모두 두잇단음표로 끝나는 노래로 바뀌었다"면서 지난해에는 동쪽 끝인 퀘백에서도 이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오토 박사는 AFP 통신과의 회견에서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퀘벡에서 파리로 이주한 사람 주변에서 '악센트가 멋지다'며 퀘벡 악센트를 따라 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흰목휘파람새가 월동지에 모여 함께 겨울을 나는 과정에서 새로운 노랫소리가 퍼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젊은 수컷이 월동지에서 새 노랫소리를 배운 뒤 번식지로 돌아가 퍼뜨렸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흰목휘파람새의 동선을 추적할 수 있는 장치를 부착한 결과, 서부지역 흰목휘파람새가 동부지역 새들과 같은 월동지에서 겨울을 나는 것으로 나타나 이런 가설을 뒷받침했다.

연구팀은 두 잇단음표로 끝나는 새 노랫소리가 수컷이 영역을 지키는데 이득을 주지는 않는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암컷이 새 노랫소리를 더 좋아하는지는 아직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오토 박사는 "흰목휘파람새 암컷이 이전과는 다른 노랫소리를 좋아한다면 새 노래를 할 줄 아는 수컷은 구애에서 큰 장점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