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범죄 협박 혐의 기소…유죄 선고되면 최고 4년 징역형
미국의 백인 부부가 음식점 주차장에서 인종차별 등을 둘러싼 말다툼을 하다 흑인 모녀에게 총을 겨누는 일이 벌어졌다.
미시간주 오클랜드 카운티에서 벌어진 이들의 성난 언쟁은 동영상에 담겼고, 트위터 등을 통해 퍼져나가 조회 수가 1천200만 차례에 달했다.
백인 부부는 각각 중범죄 협박 혐의로 기소됐으며, 최고 4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백인 커플이 대부분 흑인으로 이뤄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사유지를 지나간다며 총을 겨눈 사건에 이어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만행이 이어지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
WP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흑인 10대 소녀 마카일라 그린(15)은 지난 1일(현지시간) 오후 6시께 멕시코 음식점 치폴레에 가기 위해 식당가를 걸어 내려가다 반대편에서 오던 백인 여성과 부딪쳤다.
소녀는 사과를 요구했지만, 백인 여성은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린은 현지 언론에 "그가 지나갈 수 있도록 비켜섰는데 내게 부딪치길래 '익스큐즈 유(Excuse you)'라면서 사과를 요구했는데 그는 '자신의 개인 공간을 침해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린은 두려워 엄마 타켈리아 힐에게 전화를 해서 오라고 부탁했다.
동영상을 보면, 언쟁은 음식점 주차장에서 이어졌다.
백인 여성이 남편이 모는 차를 타러 가자, 흑인 모녀는 "무식하다",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에 남편은 차에서 내려 "당신들은 뭔데"라면서 아내가 차에 타는 것을 도왔고, 운전석으로 되돌아가면서 힐과 말다툼을 했다.
힐이 왜 딸과 부딪쳤냐고 따지자 백인 여성은 조수석에서 창문을 내리고 "무턱대고 돌아다니면서 백인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면서 "백인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
나는 당신이 걱정되고 다른 사람에게 그런 일을 당했다면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후 그들이 탄 차가 후진을 하면서 모녀를 치려고 하자, 힐은 차 뒷면의 창을 치며 멈추라고 했다.
이때 백인 여성은 차에서 내려 흑인 모녀에게 총을 겨눴다.
그러면서 "뒤로 가", "물러서"라고 반복해서 소리쳤다.
현장에 출동한 보안관은 백인 여성의 총기를 압수하고 수갑을 채웠다.
백인 부부는 현재 유치장에 머물고 있다.
백인 부부와 흑인 모녀가 모두 "극도의 위협을 느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총기를 겨눈 백인 여성과 승합차를 몬 백인 남편을 각각 중범죄 협박 혐의로 기소했다.
유죄가 선고된다면 최고 4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것이 미국"이라면서 "살면서 한 번도 총에 겨눠져 본 적 없는데 이토록 무력하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