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 끈 '삼성 합병·승계 의혹' 수사 6월중 마무리할 듯
검찰, 이재용 연이은 고강도 조사…추가소환·신병처리 고심
박형빈 박재현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사흘 사이 두 차례나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추가 소환 여부와 신병처리 방향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29일 오전 8시 20분께 이 부회장을 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17시간 반 남짓 조사한 뒤 30일 오전 2시께 돌려보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6일 첫 조사 때도 17시간의 장시간 조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두 번의 조사에서 모두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삼성 합병·승계 의혹'의 정점인 이 부회장을 연이어 소환하면서 수사는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63)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61) 삼성물산 사장, 정현호(60)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사장), 김태한(63) 삼성바이오 사장 등 과거 삼성 수뇌부와 통합 삼성물산 등 계열사 전·현직 고위 임원들을 줄줄이 불러 조사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1년 6개월이나 끌어온 수사를 다음 달 중 마무리 짓고, 이 부회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종 판단에 앞서 이 부회장을 추가로 소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다.
검찰, 이재용 연이은 고강도 조사…추가소환·신병처리 고심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과정이 모두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의심한다.

이에 따라 합병·승계 과정에서 불법이 의심되는 행위들을 각각 기획·실행한 주체를 파악하는 한편 이 부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그룹 수뇌부가 어디까지 보고받고 지시를 내렸는지 추적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삼성은 합병 비율을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맞추기 위해 삼성물산 주가를 떨어뜨리고 제일모직 가치는 부풀린 의혹을 받는다.

삼성물산은 2015년 상반기 신규주택을 300여 가구만 공급했으나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결의된 이후 서울에 1만994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2조원의 규모인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기초공사 수주 사실을 합병 결의 이후인 2015년 7월 말 공개했다.

2015년 제일모직이 보유한 에버랜드의 표준지(가격산정 기준이 되는 토지) 공시지가는 전년보다 최대 370% 급등했다.
검찰, 이재용 연이은 고강도 조사…추가소환·신병처리 고심
검찰은 이번 수사의 단초가 된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회계사기 혐의 역시 경영권 승계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삼성바이오는 당초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가 2015년 합병 이후 1조8천억원의 부채로 잡으면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해 4조5천억원의 장부상 이익을 얻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콜옵션을 반영하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데다 합병 비율의 적절성 문제가 다시 제기될까 우려해 회계처리 기준을 부당하게 변경했다고 의심한다.

검찰은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를 시작했다.

작년 9월부터는 분식회계의 동기가 된 그룹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올해 들어서는 삼성의 전·현직 고위 임원들을 수차례씩 불러 의사결정 경로를 살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