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데냐 "방역 위해 불가피" vs 중앙정부 "위헌적 조처…정책 통일해야"

오려면 코로나19 음성 확인증 내라?…伊 사르데냐 검토 논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여름 휴양지인 사르데냐가 본토 방문객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다는 확인증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르데냐섬 주 정부는 코로나19 음성 확인증, 이른바 '디지털 건강 여권'(Health Passport)을 소지한 본토 관광객만 입도(入島)를 허용하는 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섬을 방문하려는 본토 관광객은 비행기 또는 배를 타기 전 최소 사흘 이내에 코로나19 음성 확인증을 발급받고서 공항 또는 항만 여객터미널에서 이를 신분증과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게 뼈대다.

주 정부는 이탈리아 내 전국적인 이동 자유화가 전면 시행되는 내달 3일부터 이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섬 전체를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탈리아반도 서쪽 티레니아해에 위치한 사르데냐섬은 인구 160만명에 면적 2만4천㎢로 제주도(1천849㎢)의 10배가 넘는 큰 섬이다.

천상의 풍경을 자랑하는 라펠로사 해변 등 유명한 비치가 많아 본토 주민은 물론 외국인에게 여름철 휴양지로 인기가 높다.

오려면 코로나19 음성 확인증 내라?…伊 사르데냐 검토 논란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섬인 시칠리아도 바이러스 추가 유입을 막고자 유사한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기준으로 사르데냐와 시칠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각각 1천355명(사망 130명), 3천435명(사망 272명)으로 20개 주 가운데 비교적 피해 규모가 작은 축에 속한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방역 정책의 통일성을 해친다며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피에르파올로 실레리 보건부 차관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야심에 찬 계획이지만 비실용적"이라며 "전국적으로 통일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란체스코 보치아 지방정책장관도 "명백히 헌법에 반하는 정책"이라고 못 박고 "한 지역이 시민의 이동을 제약하는 조처를 일방적으로 도입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현지 일부 전문가들 역시 이러한 조처가 지역 방역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와 관련해 사르데냐 주 정부는 중앙정부에 전면적인 이동 자유화 이후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방역을 둘러싼 갈등이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