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과정 줄이고 가격 급등락 완화 효과…"유통·물류비 2∼15% 절감"
농산물 도매유통 거래도 비대면으로 할 수 있게 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은 '온라인 농산물 거래시스템'(온라인농산물거래소)을 오는 27일부터 시범 운영한다고 26일 밝혔다.

농산물 도매유통에 온라인 거래방식을 도입하는 것으로, 중간 유통비용을 줄이고 물량 집중 현상을 완화해 가격 급등락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신선 농산물은 구매자가 품질을 직접 확인하려는 성향이 강해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구조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유통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을 계기로 비대면 거래가 더욱 주목을 받으면서 농산물 도매 유통·물류체계에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졌다.

이에 농식품부와 농협은 농산물 유통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새로운 채널 구축을 올해 중점 과제로 삼아 온라인농산물거래소를 열게 됐다.

온라인농산물거래소는 전국의 주요 생산자 조직이 직접 상품 정보를 시스템에 등록하고 다양한 구매자가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참여해 거래하는 일종의 온라인 농산물 도매시장이다.

상품이 산지에서 직배송되므로 중간 유통비용이 절감되고 상·하차로 인한 감모(줄어들거나 닳아 수량에 부족함이 생기는 것)나 손실이 줄어 상품 신선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유통량을 사전에 조절할 수 있으므로 물량이 일시에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해 가격을 안정시킬 수도 있다.

올해는 일단 양파와 마늘 거래를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2022년까지 주요 채소류를 포함해 과수·과채류 등으로 품목과 물량을 늘려갈 예정이다.

양파는 오는 27일부터, 마늘은 7월 이후 거래를 시작한다.

농식품부 권재한 유통소비정책관은 "양파의 경우 유통단계에 따라 다르지만 약 2∼15% 정도의 유통·물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온라인 거래에는 상품의 규격화·표준화가 가능한 주요 산지유통센터(APC)가 공급자로 참여한다.

주요 구매자는 전국 농협 공판장 중도매인과 농협하나로유통을 비롯해 대형마트, 식자재 유통업체, 중소슈퍼마켓연합회, 전처리업체 등이다.

거래 방식은 최고가 제시자가 낙찰자가 되는 입찰 거래와 정해진 가격으로 거래하는 정가 거래 방식을 병행 운영한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참여할 수 있으며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개장한다.

입찰 거래는 하루 2회(오전 9∼10시, 오후 7∼8시)씩 운영하다가 향후 거래 물량이 늘어나면 하루 3회로 늘릴 계획이다.

정가 거래는 24시간 언제나 가능하다.

출하자가 부담하는 상장 수수료는 일반 도매시장(4∼7%)보다 낮은 3%로 책정했다.

거래가 성사되면 즉시 문자 서비스(SMS)를 통해 출하자와 구매자(낙찰자)에게 알림을 보내고, 다음날 산지에서 낙찰자가 원하는 장소로 상품이 직배송한다.

구매자에게 상품 인도가 끝나 구매가 확정되면 판매대금은 즉시 출하처에 지급한다.

구매처는 30일 한도 내에서 무이자로 대금을 결제하면 된다.

정부는 대량의 상품을 보지 않고 구매하는 것인 만큼 표준 규격을 설정·운영하고 고화질의 사진 등을 제공하는 것과 함께 출하처에서 품질 기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또 출하처별로 사전 검수 책임자를 두도록 해 품질에 대한 검수를 강화하고 출하자와 구매자 간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분쟁 처리 전담인력(산지주재원)이 적정성 판단, 중재안 제시 등을 통해 신속하게 갈등을 해소할 수 있게 도울 예정이다.

권 정책관은 "구매자는 시장에서 신뢰도가 높은 APC를 선정하며 품질을 사전에 검증해 분쟁이 없도록 할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분쟁이 생길 경우 조정을 통해 문제를 푸는 절차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 단계에서는 6개월 후 물건을 미리 사는 선물 거래는 어렵지만, 시범 운영과정에서 이를 검토해볼 수도 있다"며 "온라인농산물거래소는 본궤도에 오르기 전 여러 가지를 시범 운영해보면서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효과와 보완점을 점검하고 농업인과 소비자에게 어떻게 보탬이 되는지를 분석하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권 정책관은 온라인 거래가 정착돼 오프라인이 축소될 경우 중간 유통업계가 반발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양파의 경우 시범 운영 규모가 약 1만5천t으로 전체 생산량의 1% 수준이어서 당장은 (현재의 유통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온·오프라인 유통단계가 건전하게 경쟁하면서 발전하는 게 목표"라며 "온라인농산물거래소를 운영하면서 나타나는 효과나 문제점을 파악하고 다양한 시장 주체가 함께 발전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온라인농산물거래소를 통해 유통경로 간 건전한 경쟁체계를 구축하고 온라인 거래의 장점을 강화해 농산물 유통의 효율화와 가격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