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한국 스타트업의 불모지로 여겨져왔다. 톡톡 튀는 서비스로 많은 국내 사용자를 확보한 서비스도 유독 일본에서는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출시해 일본 사용자들의 마음을 빼앗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콴다·스푼라디오·원티드·채널톡…K스타트업은 어떻게 日 평정했나
일본서 선두 달리는 콴다·스푼라디오

최근 4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꼽히기 시작한 마이쿤의 ‘스푼라디오’는 일본 10대 사이에서 ‘오디오계의 유튜브’로 불린다. 스푼라디오는 2018년 4월 일본에 출시돼 실시간 오디오 방송 앱 가운데 선두로 자리 잡았다. 최혁재 마이쿤 대표는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일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매스프레소는 2018년 11월 실시간 질문 답변을 통한 수학 문제풀이 앱 ‘콴다’를 일본에 출시했다. 직접 만나 질문하기 어려워하는 일본 학생들의 특성과 서비스가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콴다는 일본 출시 4개월 만에 일본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의 교육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이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객실관리 서비스를 운영하는 H2O호스피탈리티는 공유숙박을 허용하는 신민박법 도입 이후 매출이 10배 이상 뛰었다. 고객상담 서비스 ‘채널톡’ 운영사 조이코퍼레이션도 접객문화가 발달한 일본 시장을 적극 공략해 매출의 10% 이상을 일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철저한 현지화가 성공 비결

일본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사업 성공을 위해선 철저한 현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새로운 서비스를 쓰기 망설이는 일본 사용자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내 것’이라는 인상을 주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마이쿤이 스푼라디오의 현지 서비스 담당자로 일본인이나 현지에서 학교를 나와 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을 채용한 이유다.

지인 추천 채용 서비스 ‘원티드’를 운영하는 원티드랩은 일본 진출 이후 한국에서 쓰던 ‘추천’ 개념을 ‘응원’으로 바꿨다. 다른 사람의 채용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기 꺼리는 일본 특유 정서를 반영했다. 현지에 맞게 서비스를 바꾼 결과 원티드랩은 일본에서 약 300개의 고객사와 5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화를 위해 일본 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법인을 세우고 현지 인력 위주로 채용하는 것은 물론 서비스 이름과 내용까지 통째로 바꾸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높은 신뢰 확보해야

출시 단계에서부터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강한 신뢰를 주는 것도 일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과제다. 이웅희 H2O호스피탈리티 대표는 “일본은 한국에 비해 신용을 쌓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출시 초기 10~20개의 객실을 위탁 관리하면서 업주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일본 사용자들은 한 번 서비스를 도입하면 잘 이탈하지 않지만, 초기 단계에서 결점이 있는지 매우 꼼꼼히 살핀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조이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일본 고객은 한국보다 훨씬 더 보수적으로 여러 제품을 비교하고 검토한 후 도입을 결정한다”며 “설명 자료도 최대한 세세하게 준비하는 등 신뢰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성과를 내는 스타트업들이 늘어나면서 현지 진출을 모색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일본 배달 시장 진출을 위해 서비스 담당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