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이조훈 감독
"40대가 바라보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그리고 싶었죠"
1980년 5월 광주. 그곳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신군부에 의해 은폐됐지만, 진실을 알리기 위해 영상으로 현장을 기록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기록은 '광주비디오'라는 이름으로 진실을 세상에 알렸다.

다큐멘터리 영화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은 이 영상 기록을 지켜내고 전파했던 언론인과 시민들의 숨겨진 노력을 다룬다.

21일부터 온라인으로 열리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영화제 시네광주 1980의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40대가 바라보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그리고 싶었죠"
최근 양천구의 작업실에서 만난 이 영화의 이조훈(47) 감독은 "해당 영상들은 1980년부터 1987년까지 사람들이 돌려보면서 '광주비디오'라고 불렀다"며 "영화 제목으로 다시 그 이름을 붙여서 사람들의 기억을 소환하고 40주년에 재발견하고 싶었다"고 영화 제작 배경을 밝혔다.

"항쟁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잘 알려졌지만 그것을 기록하고 밖에 전파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어요.

그들도 똑같은 심정이었을 거예요.

또 진실을 전파받았던 사람들이 이후 민주화의 역사를 썼다는 것과 그 민주화 정신을 앞으로 40년, 400년간 이어가야 한다는 시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1973년 광주에서 태어난 이 감독 역시 항쟁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다.

그는 "아버지가 계엄군에게 맞았다고 하신 기억, 집에 탄피를 들고 오신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시민들에게 음식을 나눠주셨다"며 "당시에는 너무 어려서 이해를 못 했지만, 나중에 비디오를 보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 전부터 광주 항쟁을 다루고 싶긴 했는데 희생된 사람들이 모두 내 이웃이니까 거리 두기가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쉽지 않았어요.

동시에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의 부채 의식도 계속 있었고요.

나도 40대인데 광주 항쟁도 40주년이 되니까 40대가 항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이야기하면 어떨까 생각했죠. 40대가 항쟁에 대해 가진 기억은 사실 희미하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진실을 알려준 '광주비디오'가 딱 맞는 소재라고 생각했죠"
"40대가 바라보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그리고 싶었죠"
부제가 '사라진 4시간'인 까닭에 이를 추적하는 내용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영화는 후반부에 가서야 이 4시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1980년 5월 21일 전남도청 앞에서 일어난 집단 발포 상황을 담은 4시간의 영상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 사라진 영상에 대한 진실을 추적하지는 않는다.

이 감독은 "사라진 4시간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다룰 생각으로 취재를 많이 해놨다"고 했다.

"광주비디오 자체를 생소하게 생각할 사람도 있을 테니, 그 비디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사람들에 집중했죠. 그러나 결론은 과거의 기억 소환에서 그치지 않고 뭔가 현재진행형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사라진 4시간을 등장시켰습니다"
2000년 즈음 극영화 감독이 되고 싶어 영화 일을 시작한 이 감독은 2002년 우연히 본 다큐멘터리의 매력에 빠져 지금까지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1961년 서산 강제노역을 다룬 '서산개척단'(2018)으로는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차기작으로는 광주비디오에서 사라진 4시간을 다룬 작품 외에도 티베트 독립운동가들을 다룬 '라싸에서 온 편지'를 내놓을 계획이다.

"'라싸에서 온 편지'는 10년 동안 찍었어요.

중국에 두 번 갔는데 두 번째 입국할 때는 이름까지 바꿨죠. 다큐멘터리의 매력요? 제가 궁금증이 있으면 결론이 날 때까지는 계속 안 놓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아요.

어렸을 때 본 광주비디오의 영향도 받았고요"
"40대가 바라보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그리고 싶었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