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학교 풍경, 전남 시골학교 초등생도 첫 등교

"너희들 그렇게 모여 있으면 안 돼. 이야기는 카톡으로 하면 되지. 손은 또 왜 잡고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걱정에 80일 만에 교문이 열린 광주 남구 한 여자고등학교가 20일 아침 떠들썩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3학년 학생 200여명이 이날 교실 수업을 시작했다.

계절이 변화하는 길목에서 개학을 맞은 학생들의 교복은 반소매 하복부터 털실로 짠 카디건까지 각양각색이었다.

SNS와 화상채팅으로만 새 학년 친구들을 접한 학생들은 교문 어귀에서 교실까지 걸어가는 동안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선생님들은 감염병 예방 지침에 따라 이들을 떼어놓기 바빴지만, 오랜만에 마주하는 제자들 앞에서 설렌 마음은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교사가 동트기 전 이른 아침부터 출근을 마치고 수업 준비에 나섰다.

교장 김창현 선생님은 "학교에 비로소 주인들이 찾아왔다"며 "아이들이 나오니까 생동감과 활기가 넘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하나로 줄인 입구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체온과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학교 건물로 입장했다.

복도 바닥에는 마주 걷는 학생들이 좌우로 거리를 두도록 자동찻길처럼 노란색 실선이 그어졌다.

책상 간 거리를 떨어뜨려 놓은 교실에서는 등교를 마친 학생들이 창문을 열고 공기부터 바꿨다.

3학년 학생 이은지 양은 "내신이랑 정시를 모두 챙겨야 해서 등교가 더 늦어지면 어떡하나 걱정됐었다"며 "엄마가 아침에 마스크 잘 챙겨 쓰고 손도 항상 씻으라고 당부했는데 오랜만에 학교를 나와서 기분 좋다"고 말했다.

입시를 준비하는 고3뿐만 아니라 전남 시골 마을의 일부 초등생도 이날 올해 첫 등교 수업을 했다.

전교생이 40명 남짓한 무안의 한 초등학교는 도 교육청과 학교장 재량으로 교육부 지침보다 이른 등교가 이뤄졌다.

교사들은 교문까지 마중을 나와 버스에서 내리는 제자들을 한명 한명 반기며 학생증을 손수 목에 걸어줬다.

손 소독제와 마스크 등이 든 코로나19 예방 꾸러미도 미리 준비해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