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 쏟아졌지만 '교대인력' 부족…피로 누적에 10명 감염
병원마다 간호용어 달라 혼선…복지부 내 전담부서 설치 등 필요
신경림 간협회장 "방호복 벗으면 얼음팩에 의지…여름 두렵다"
얼굴에 찍힌 선명한 고글 자국, 방호복에 쓸린 피부에 붙인 반창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최전선에 선 간호사들의 모습이다.

하루 환자가 수백명씩 쏟아지던 큰 고비는 지났지만, 병원에 남아있는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은 다가올 여름에 '더위와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간호사 44만명을 대표하는 신경림 대한간호사협회 회장은 1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장에 있는 간호사들은 지금도 힘들다"며 "레벨D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봐야 하는데 여름이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에 가보니 방호복을 벗은 간호사가 벌겋게 익은 얼굴로 아이스팩을 머리에 올리더라"며 "아이스팩, 아이스조끼 등 여름을 대비해 필요한 물품이 많은데 병원마다 자급자족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현재 치료 중인 코로나19 환자는 900명대로 줄었지만, 병원에서 치료받는 환자들은 대부분 고령이고 손이 많이 가는 치매 환자들도 있다.

레벨D 방호복을 입고 기저귀 교체부터 환자 처치까지 하다 보면 온몸이 땀 범벅이 되기 일쑤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마스크, 방호복 등이 없어 허둥지둥했던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여름용 지원 물품을 미리 확보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품뿐 아니라 인력자원에 대한 대책도 절실하다.

신 회장은 대구·경북 사태를 겪으며 '교대인력 부족'이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라고 꼽았다.

신입 간호사의 퇴사율이 높아 3∼8년 차의 숙련된 간호사가 부족한 간호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는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격리병상 확보, 방호복 착용 교육 등 여러 방면에서 신종감염병 대응 준비를 했지만, 인력 부분은 보완이 안 됐다"며 "신입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는 열악한 환경이 개선되지 않다 보니 허리 역할을 해줄 간호사들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격리병동 근무시간은 '2시간 근무·2시간 휴식'인데 업무에 밀려 근무시간은 길어지고 휴식시간에도 쉴 공간이 없어 제대로 쉴 수가 없다"며 "근무 중 감염된 간호사가 10명에 달하는데 충분한 휴식을 못 해 벌어진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대구의 경우 전국 곳곳에서 파견 온 자원봉사자들이 있었지만, 간호사들이 각 병원에서 업무에 쓰는 용어 등이 달라 현장에서 혼선을 빚기도 했다.

그는 "의사와 달리 간호사의 경우 업무 프로토콜이 표준화돼 있지 않아 병원마다 차트(환자정보)를 기록하는 방법, 약물을 부르는 용어가 다르다"며 "자원봉사를 온 간호사들이 도와주고 싶어도 업무 연결이 안 돼 기존 간호사들에게 업무가 쏠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파견 간호사와 달리 기존에 병원에 있던 간호사들에게는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코로나19는 장기전으로 가는데 이미 파김치가 된 간호사들이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장기전 대비책이 필요한데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반영해줄 정책기반이 없다고 지적했다.

간협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보건복지부 내 간호인력 전담 부서 설치와 간호행위와 관련된 내용을 담은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여기저기에서 간호계 문제점이 드러났는데 간호인력을 담당하는 복지부 내 정책 부서는 테스크포스(TF) 형식으로 임시 운영되는 수준"이라며 "간호 전담부서를 정규 조직으로 바꾸고, 70년간 의료법에 편입되어 온 간호 관련 법률도 간호법으로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