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AI가전' 다르네…독자적 '빅스비' vs 개방적 '씽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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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미래형 가전' 시장을 놓고 또 한 번 라이벌전을 펼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닮은 듯 다른 전략이 눈길을 끈다. AI 가전이 '스마트홈'으로 가는 핵심 콘텐츠란 점에서 유사하지만 삼성 AI '빅스비'가 독자적 생태계 구축에 힘쓰는 반면 LG '씽큐'는 개방형 협업에 무게를 두고 있어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AI가 올해 가전과 TV 제품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신제품들에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AI가 적용되고 있다. 가령 세탁기는 세탁물 재질 등을 알아서 파악해 알맞은 코스로 세탁하고, 건조기는 이에 맞춰 건조방식을 설정하는 식이다. 양손에 음식 용기를 들고 있을 때면 목소리만으로 냉장고 문을 열 수도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가전 제품에 넣고자 하는 AI 기술은 큰 틀에선 비슷하다. 소비자 관점에서 편리한 기능을 제공, 자사 제품 만족도를 끌어올려 브랜드 충성심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최종 목표는 소비자의 집을 자사 AI 가전으로 모두 채우는 '스마트홈 구상'일 테다. 한계 수준에 다다른 제품 자체 성능 개발과 달리 발전 단계인 AI 기술을 끌어올려 '똑똑한 가전'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겠다는 복안이다.
단 양사의 AI 전략 수립과 추진 방법은 차이가 있다. LG전자는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LG 씽큐'를 하나의 브랜드로 내세웠다. 여기에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과 자유로이 협업하는 '열린 생태계'를 강조한다. 반면 삼성전자의 AI 전략 시작은 자사 단독 체제에 가까웠다. 자사의 독점 AI 플랫폼 빅스비와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싱스'를 통해 AI 가전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었다.
단순 애플리케이션(앱)에서 AI 브랜드로 지위가 올라간 LG 씽큐의 키워드는 크게 △사용자와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쓸수록 좋아지는 '맞춤형 진화' △모든 제품들이 연결되고 필요한 정보를 나누는 '폭넓은 연결' △플랫폼의 한계를 두지 않고 모두에게 열린 '경험 개방성'으로 요약된다. IoT 제품을 모두 포함하도록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게 포인트다. 앱을 통해 기기들을 연결하는 허브 기능을 할 TV 부문에서 LG전자는 독자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웹OS'에 힘쓴다. LG전자는 AI 3대 개방형 전략인 '오픈 플랫폼, 오픈 커넥티비티, 오픈 파트너십'을 통해 강력한 LG 씽큐 솔루션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씽큐에 힘을 주면서도 협업 업체들이 잘할 수 있는 부분에선 기꺼이 자리를 내주는 방식이다. 지난해부터 LG 씽큐 앱에 구글 어시스턴트 기반 음성인식이 탑재된 게 대표적이다. 가전관리 앱에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한 건 LG전자가 처음이었다. 최근엔 카카오와 협업해 AI 스피커 '카카오미니'를 올해 출시되는 신제품 LG TV 주요 모델 대부분에 연결시키기도 했다. LG 씽큐 운영 국가가 150여개국에 이를 만큼 성과도 가시적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10년간 펼쳐질 '경험의 시대'를 개개인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는 맞춤형 AI기술로 선점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제조가 아닌 창조 △표준화가 아닌 개인화 △타 업종과의 광범위한 협업을 내건 삼성 가전사업 전략 '프로젝트 프리즘'이 그것. 소비자가 복잡한 가전 기능을 익히는 게 아니라 기기가 사용자를 위해 스스로 작동하는 '맞춤형 가전'을 내놓겠다는 얘기다. 삼성은 이를 위해 빅스비와 스마트싱스를 통해 '홀로서기'를 준비해왔다. 삼성전자가 하드웨어에 강점이 있는 만큼 독자적 생태계 구축에 대한 자신감이 뒷받침됐다.
AI 가전은 스스로 배우고 답을 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나아가 가전끼리 서로 대화하고 연결된다. IoT와 스마트홈 등 미래형 가전이 갖춘 요소다. 이를 위해선 방대한 데이터가 필수적이고, 습득 및 자체 학습할 수 있는 독자 플랫폼이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독자 플랫폼을 갖추고자 한 것도 향후 타 업체들과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 됐을 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단 셈법도 있었다. 다소 아쉬운 언어 인식, 낮은 인지도 등으로 '빅스비 철수설'이 꾸준히 흘러나왔지만 삼성이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자사 스마트폰 사업처럼 구글 안드로이드에 종속된 운영체제(OS)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AI 가전은 딜레마를 갖고 있다. 가전은 스마트폰과 달리 제품 주기가 10년 이상으로 매우 길다. 최신 AI 기술을 탑재한 신제품이 나오면 기존 가전은 가치가 떨어진다. 계속된 AI의 가전 접목 시도에도 정작 발전속도는 스마트폰만큼 빠르지 않았던 배경이이다. 실제로 삼성은 AI 스피커 '갤럭시 홈 미니'를 이미 만들었지만 정식 출시는 미루고 있다.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을지 불분명한 자체 AI와 IoT 플랫폼에 지속 투자하는 것보단 강점인 하드웨어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쪽의 내부 판단이 나왔을 수 있단 얘기다.
그렇지만 자사의 AI를 통해 향후 업계를 선도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방향성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 올 초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20'에서 선보인 지능형 컴퍼니언 로봇 '볼리', 극비리에 추진하는 차세대 AI 프로젝트 '인공 인간' 네온 등은 삼성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가전에 접목된 AI 기술은 계속 발전해나가는 시기"라며 "최근 출시되는 AI 가전도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당장의 모습보다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전략을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16일 업계에 따르면 AI가 올해 가전과 TV 제품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신제품들에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AI가 적용되고 있다. 가령 세탁기는 세탁물 재질 등을 알아서 파악해 알맞은 코스로 세탁하고, 건조기는 이에 맞춰 건조방식을 설정하는 식이다. 양손에 음식 용기를 들고 있을 때면 목소리만으로 냉장고 문을 열 수도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가전 제품에 넣고자 하는 AI 기술은 큰 틀에선 비슷하다. 소비자 관점에서 편리한 기능을 제공, 자사 제품 만족도를 끌어올려 브랜드 충성심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최종 목표는 소비자의 집을 자사 AI 가전으로 모두 채우는 '스마트홈 구상'일 테다. 한계 수준에 다다른 제품 자체 성능 개발과 달리 발전 단계인 AI 기술을 끌어올려 '똑똑한 가전'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겠다는 복안이다.
단 양사의 AI 전략 수립과 추진 방법은 차이가 있다. LG전자는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LG 씽큐'를 하나의 브랜드로 내세웠다. 여기에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과 자유로이 협업하는 '열린 생태계'를 강조한다. 반면 삼성전자의 AI 전략 시작은 자사 단독 체제에 가까웠다. 자사의 독점 AI 플랫폼 빅스비와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싱스'를 통해 AI 가전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었다.
단순 애플리케이션(앱)에서 AI 브랜드로 지위가 올라간 LG 씽큐의 키워드는 크게 △사용자와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쓸수록 좋아지는 '맞춤형 진화' △모든 제품들이 연결되고 필요한 정보를 나누는 '폭넓은 연결' △플랫폼의 한계를 두지 않고 모두에게 열린 '경험 개방성'으로 요약된다. IoT 제품을 모두 포함하도록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게 포인트다. 앱을 통해 기기들을 연결하는 허브 기능을 할 TV 부문에서 LG전자는 독자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웹OS'에 힘쓴다. LG전자는 AI 3대 개방형 전략인 '오픈 플랫폼, 오픈 커넥티비티, 오픈 파트너십'을 통해 강력한 LG 씽큐 솔루션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씽큐에 힘을 주면서도 협업 업체들이 잘할 수 있는 부분에선 기꺼이 자리를 내주는 방식이다. 지난해부터 LG 씽큐 앱에 구글 어시스턴트 기반 음성인식이 탑재된 게 대표적이다. 가전관리 앱에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한 건 LG전자가 처음이었다. 최근엔 카카오와 협업해 AI 스피커 '카카오미니'를 올해 출시되는 신제품 LG TV 주요 모델 대부분에 연결시키기도 했다. LG 씽큐 운영 국가가 150여개국에 이를 만큼 성과도 가시적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10년간 펼쳐질 '경험의 시대'를 개개인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는 맞춤형 AI기술로 선점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제조가 아닌 창조 △표준화가 아닌 개인화 △타 업종과의 광범위한 협업을 내건 삼성 가전사업 전략 '프로젝트 프리즘'이 그것. 소비자가 복잡한 가전 기능을 익히는 게 아니라 기기가 사용자를 위해 스스로 작동하는 '맞춤형 가전'을 내놓겠다는 얘기다. 삼성은 이를 위해 빅스비와 스마트싱스를 통해 '홀로서기'를 준비해왔다. 삼성전자가 하드웨어에 강점이 있는 만큼 독자적 생태계 구축에 대한 자신감이 뒷받침됐다.
AI 가전은 스스로 배우고 답을 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나아가 가전끼리 서로 대화하고 연결된다. IoT와 스마트홈 등 미래형 가전이 갖춘 요소다. 이를 위해선 방대한 데이터가 필수적이고, 습득 및 자체 학습할 수 있는 독자 플랫폼이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독자 플랫폼을 갖추고자 한 것도 향후 타 업체들과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 됐을 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단 셈법도 있었다. 다소 아쉬운 언어 인식, 낮은 인지도 등으로 '빅스비 철수설'이 꾸준히 흘러나왔지만 삼성이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자사 스마트폰 사업처럼 구글 안드로이드에 종속된 운영체제(OS)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AI 가전은 딜레마를 갖고 있다. 가전은 스마트폰과 달리 제품 주기가 10년 이상으로 매우 길다. 최신 AI 기술을 탑재한 신제품이 나오면 기존 가전은 가치가 떨어진다. 계속된 AI의 가전 접목 시도에도 정작 발전속도는 스마트폰만큼 빠르지 않았던 배경이이다. 실제로 삼성은 AI 스피커 '갤럭시 홈 미니'를 이미 만들었지만 정식 출시는 미루고 있다.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을지 불분명한 자체 AI와 IoT 플랫폼에 지속 투자하는 것보단 강점인 하드웨어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쪽의 내부 판단이 나왔을 수 있단 얘기다.
그렇지만 자사의 AI를 통해 향후 업계를 선도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방향성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 올 초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20'에서 선보인 지능형 컴퍼니언 로봇 '볼리', 극비리에 추진하는 차세대 AI 프로젝트 '인공 인간' 네온 등은 삼성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가전에 접목된 AI 기술은 계속 발전해나가는 시기"라며 "최근 출시되는 AI 가전도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당장의 모습보다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전략을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