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가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지지세력을 민주주의 위협 요인으로 지목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14일(현지시간) 브라질 뉴스포털 UOL에 따르면 바첼레트 대표는 구체적인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은 채 브라질의 정치 집단 일부가 민주주의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주변의 군 출신 강성 인사들과 극우주의자들, 갈수록 정치 조직화하는 열성 지지자들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 세력이 시위를 벌이며 군부의 개입을 촉구한 사실을 들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볼 수 있는 여러 징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첼레트 대표는 브라질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민주 세력과 역동적인 시민사회가 존재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바첼레트 대표는 그동안 브라질의 인권상황에 대해 여러 차례 우려를 표시했다.
지난해 9월에는 브라질에서 경찰 폭력이 증가하고 군사독재정권에 면죄부를 주는가 하면 인권운동가들이 위협받는 등 민주주의 공간이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에는 브라질에서 원주민 지도자 살해를 포함해 인권운동가들에 대한 공격이 자행되고 있으며, 비정부기구(NGO) 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사실도 언급했다.
3월에는 브라질과 세계 각국의 80여개 사회단체가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낸 문건을 통해 보우소나루 정부가 인권 보호를 위한 장치들을 해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국제사회가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첼레트 대표는 보우소나루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브라질 정부가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부인하고 있다"면서 적절한 조치가 있었으면 코로나19 사망자 가운데 상당수가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브라질의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요 정치 지도자들의 '부정주의'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겨냥했다.
앞서 독일 슈피겔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부정주의자'(negationist)로 불렀다.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기 위해 현실을 부정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를 '가벼운 독감'으로 부르는가 하면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을 '언론이 만든 판타지' '언론 히스테리'로 부르며 엉뚱한 곳으로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