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리츠증권과 키움증권은 배드뱅크 설립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우리은행과 신한금융투자 등 주요 판매사에 전달했다.
배드뱅크는 부실이 발생해 환매가 중단된 1조6679억원 규모 라임 펀드의 투자금 회수 등을 전담하는 운용사다. 기존 라임 경영진에 자금 회수를 맡기기 힘들다고 판단한 금융감독원과 주요 판매사들은 지난달 별도 운용사를 설립하는 배드뱅크 형태의 수습책을 마련했다.
이후 우리은행과 신한금투 등 판매액이 많은 주요 6개사를 중심으로 설립 논의가 본격화됐다. 하지만 메리츠증권과 키움증권 등은 직접 판매액이 거의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과 키움증권의 판매액은 각각 949억원, 285억원이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판매액 대부분이 대신증권에서 넘어왔다. 지난해 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이 메리츠증권으로 이직하면서 함께 건너온 것이다. 장 전 센터장은 펀드 부실과 유동성 문제를 사전에 알고도 판매를 계속한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키움증권 역시 리테일 창구를 통해 개인 투자자에 직접 판매한 펀드는 없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와 키움이 라임펀드 판매를 통해 수수료를 챙긴 만큼 배드뱅크를 통한 자산회수 논의에 함께 참여하는 게 맞다는 다른 판매사 요구를 두 회사가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드뱅크에 이관될 라임 펀드는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테티스 2호, 플루토 FI D-1호, CI펀드 등 1조6679억원 규모다. 신한은행과 경남은행 등이 판매한 CI펀드는 별도 운용사를 선정해 이관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결국 배드뱅크에 넘기기로 최종 결정됐다.
출자자 구성이 마무리되면서 배드뱅크는 이달 중 인가절차를 밟는 등 본격적인 출범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안팎에선 배드뱅크 설립방안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라임운용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 절차도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금감원은 라임의 원활한 투자금 회수 등을 돕기 위해 제재 일정을 늦춰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형주/조진형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