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혐의 1심 '무죄'…대법 "가족 회유·압박으로 진술 번복한 것"
"아빠가 미워 거짓말" 진술에도…친딸 성추행 40대男 실형 확정
친딸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1심에서는 일부 무죄 판단을 받았지만, 결국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됐다.

딸이 수사기관에서와 달리 '추행 사실을 거짓으로 꾸며냈다'고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지만, 법원은 초기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4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A(45)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4년 자신의 집에서 딸 B양(당시 10세)의 신체를 만지는 등 3차례에 걸쳐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애초 B양은 수사기관에서 A씨의 추행 혐의를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가 1심 재판에서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은 거짓말이고, 아빠가 너무 미워 허위로 피해 사실을 꾸며냈다'며 말을 바꿨다.

친부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경우 그 신빙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재판 쟁점이 됐다.

1심은 B양에게 수차례 욕설과 폭행을 한 학대행위만을 유죄로 인정하고, 강제추행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 사실 진술은 허위였다'는 취지의 B양 진술서 등을 근거로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B양의 초기 진술의 구체성을 들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양이 '(A씨가)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하지 마라, 이거 말하면 아빠 감방 간다'고 말했다고 진술하는 등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점, '뭔가 몸을 더럽힌 것 같았다'라거나 '주로 심부름을 시키면 추행할 것이란 느낌이 왔다'며 범죄 피해 당시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점 등을 보면 그 신빙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B양이 진술을 번복한 동기에 대해서는 A씨의 구속을 면하기 위한 가족들의 압박과 회유가 작용했다고 봤다.

대법원 역시 B양의 초기 진술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선 안 된다며 항소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친족에 의한 성범죄를 당했다는 미성년자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 가족들의 계속되는 회유와 압박 등으로 인하여 번복되거나 불분명해질 수 있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법정에서 번복하는 경우,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 내용 자체의 신빙성 인정 여부와 함께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게 된 동기나 이유, 경위 등을 충분히 심리하여 어느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신중하게 판단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게 된 동기와 경위 등을 더하여 보면, 피해자의 번복된 법정 진술은 믿을 수 없고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신빙할 수 있다고 판단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