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큰 토끼 캐릭터 ‘베니’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겸 작가 구경선 씨(37·사진)는 최근 서울 한남동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여행 에세이 《거기에 가면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위즈덤하우스)를 출간한 배경을 이렇게 말했다.
구 작가는 베니 특유의 귀여움과 다양한 표정으로 삶의 따뜻함을 강조한 《그래도 괜찮은 하루》와 《엄마, 오늘도 사랑해》 《베니의 컬러링 일기》로 20만 독자와 만난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가 네 번째로 내놓은 이 책은 태국, 미국 하와이, 우간다 등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며 겪은 생생한 이야기를 베니 일러스트를 통해 소개한다. 책 속에서 베니는 작가 자신도 되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도 되고, 독백하는 존재도 된다.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다들 ‘집콕’하고 있잖아요.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를 전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는 두 살 때 열병을 앓은 뒤 청력을 잃었다. 청각장애인이지만 구화와 필담, 그림으로 불편 없이 대화를 나눈다. 2013년부터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도 점차 잃어가고 있다. 구 작가는 “모든 인간은 연약하면서도 강하다”며 “나를 장애인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작가로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가끔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도 사실이고, 남들보다 핸디캡이 있는 것도 맞아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스스로 특별하다고 여기진 않습니다. 장애에 대한 편견이 불편할 뿐이죠.”
그가 홀로 자유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건 5년 전부터다. “가능하면 많은 곳을 여행하며 잊지 못할 풍경들을 눈에 담고 싶었어요. 낯선 곳에서 느끼는 설렘도 특별했고 각지에서 만나는 사람들 모두 친절했죠. 혼자만의 여행은 새로운 행복을 안겨줬습니다.”
베니는 올해 열세 살이 됐다. “대놓고 ‘나 귀엽지’ 하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보면 볼수록 수수하고 평범해서 질리지 않는 게 베니의 매력이죠. 베니를 보면 모든 감정이 느껴진대요. 정말 온 마음을 다해 그리는 게 독자들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아 기쁩니다.”
‘포근하고 착한 작가’란 수식어에 대해선 “오글거린다”며 손사래를 쳤다. “전 절대 착하지 않아요. 다만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을 많이 하기 위해 노력하죠. 그게 이 일을 계속하도록 이끄는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독자들과는 인스타그램과 이메일 등을 통해 소통한다. 그렇지만 새 책을 낼 때 독자들의 반응을 일부러 찾아보진 않는다. 그는“일희일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며 “사인회에 사람이 많이 모일 때마다 나를 아껴주는 독자가 많다는 걸 실감한다”고 말했다.
구 작가의 목표는 내년부터 베니 캐릭터를 활용한 동화 시리즈를 내는 것이다. 그는 “독자들에게 제일 하고 싶은 말은 ‘포기하지 않기’”라며 “그림과 글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고 했다.
글=이미아/사진=신경훈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