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류성 식도염, 위궤양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proton pump inhibitor) 계열의 제산제가 뇌 신경세포의 신호 전달을 방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Karolinska Institute)의 타에르 다레-쇼리 신경생물학 교수 연구팀은 PPI 제산제가 뇌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에 필요한 신경전달물질로 치매와도 연관이 있는 아세틸콜린을 만드는 효소(콜린 아세틸트란스페라제)와 상호작용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10일 보도했다.

자율신경계 중 부교감신경 말단에서 분비되는 아세틸콜린은 신경세포들 사이의 신호 전달 통로인 시냅스(synapse)에서 사용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따라서 아세틸콜린이 부족하면 신경세포의 신호 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되며 특히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하면 치매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연구팀은 PPI 제산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전에 발표된 일이 있어 그 이유를 규명하려고 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3차원 컴퓨터 시뮬레이션(computer simulation)을 통해 시험관에서 6가지 PPI 제산제(오메프라졸, 에소메프라졸, 테나토프라졸, 라베프라졸, 판토프라졸, 란조프라졸)의 활성 성분이 콜린 아세틸트란스페라제 효소와 어떤 상호작용을 일으키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 6가지 PPI 제산제 모두가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콜린 아세틸트란스페라제와 결합, 이 효소의 활동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효소와 결합하는 능력이 강할수록 이 효소의 활동은 더욱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6가지 PPI 제산제 중에서 오메프라졸, 에소메프라졸, 테나토프라졸, 라베프라졸이 이 효소와의 결합력이 가장 강했고 판토프라졸, 란조프라졸이 가장 약했다.

이는 시험관 실험 결과이기 때문에 실제 인간의 신체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지는 더 연구해 봐야 알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그러나 노인과 치매 환자에 대해서는 PPI 처방에 특별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아세틸콜린은 운동에도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기 때문에 근육이 약화되는 루게릭병 환자들에게도 신중히 처방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처방이 필요할 때는 콜린 아세틸트란스페라제와 결합력이 가장 약한 것을 골라 가장 낮은 용량으로 가능한 한 짧은 기간에 처방하도록 연구팀은 권고했다.

이 연구 결과는 치매 전문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Alzheimer's and dementia) 최신호에 발표됐다.

"PPI 제산제, 뇌 신경세포 신호 전달 방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