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경기 첫 승하고 김상수가 '많이 이기게 해주겠다'고 말해"
'초보 감독' 손혁 "박병호·김상수 등 좋은 베테랑 만났다"
유연한 초보 사령탑 옆에, 든든한 베테랑이 있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시즌 초반 '잘 나가는 이유'다.

12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만난 손 감독은 '연습경기 첫 승'을 거둔 때를 떠올렸다.

지난달 21일과 22일 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와의 연습경기에서 연이어 패한 손 감독은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속앓이를 했다.

손 감독은 "당시에는 '내가 제대로 준비하고 있나.

패인은 어디에 있나'를 고민하느라 잠도 잘 이루지 못했다.

연습경기라도 빨리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키움은 4월 25일 SK전에서 8-2로 승리했고, 손 감독은 연습경기에서 첫 번째 승리를 챙겼다.

그날, 키움 주장 김상수는 박병호 등 베테랑과 함께 손 감독을 만나 "걱정하지 마시라, 많이 이기게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그 자리에서는 그냥 웃고 넘겼다.

그런데 속으로 정말 선수들에게 고마웠다"며 "미국에서 성공한 단장이 '팀을 옮길 때마다 감독 옆에 좋은 베테랑이 있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나는 정말 운이 좋은 감독이다"라고 덧붙였다.

'초보 감독' 손혁 "박병호·김상수 등 좋은 베테랑 만났다"
'감사 인사'가 이어졌다.

손 감독은 "야수 쪽에서는 박병호와 이지영이 솔선수범한다.

포수 이지영은 경기에 출전하지 않을 때도 더그아웃 분위기를 밝게 만든다"며 "김상수는 예비 자유계약선수(FA)인데 주장을 맡았다.

김상수와 오주원이 투수 쪽에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투수 조련사로 자리매김했다.

데이터 야구에도 익숙하다.

그러나 투수코치가 아닌 감독이 해야 할 일은 더 많다.

다소 서툴 수 있는 손 감독을 위해 키움 베테랑들이 솔선수범하고 있다.

손 감독도 선수들과 격의 없이 지내며 키움만의 밝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좋은 분위기가 성적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더그아웃 내에서 반목이 심한 팀은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

손 감독과 키움 선수들은 2020시즌 프로야구 개막 첫 주, 5승 1패를 거뒀다.

연습경기에서 힘겹게 첫 승을 했던 손 감독은 5월 5일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공식 경기 첫 승'을 일궜다.

손 감독은 "지금은 더 바랄 게 없다"며 "다만 김주형, 전병우, 박주홍 등 연습경기 때 좋은 활약을 했던 선수에게 정규시즌에서는 기회를 주지 못했다.

그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백업 혹은 2군 선수들의 마음도 매만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