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한국은 그나마 안전한 것 같았는데 이젠 안심할 수 없다"
이태원 집단감염에 유흥가 적막…'운영자제'에도 일부 호객행위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으로 최소 19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정부가 클럽 등 유흥시설을 대상으로 운영 자제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8일 오후 10시 30분께. 클럽과 주점이 밀집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거리는 인적이 드물었다.

평소대로라면 거리에 인파가 넘쳐났을 금요일 밤이지만 이날 '불금' 분위기는 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초저녁부터 비가 내리는 등 날씨마저 궂었다.

'킹클럽', '트렁크', '퀸', '술판' 등 이번 집단감염의 초기 발병자로 추정되는 용인 66번 확진자(6일 확진)가 다녀간 것으로 밝혀진 클럽과 주점은 이날 모두 굳게 닫혀 있었다.

이들 업소의 출입문에는 지난달부터 부착된 것으로 보이는 서울시의 '운영자제 권고' 공문과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이 거리의 다른 주점과 마트 등은 대부분 영업을 하고는 있었지만, 손님은 많지 않았다.

확진자가 다녀간 한 클럽의 맞은편의 마트를 운영하는 파키스탄인 A(40)씨는 "주변 클럽이 한동안 문을 닫았다가 겨우 다시 열었는데 또 이렇게 됐다"며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 걱정"이라고 했다.

인근의 한 주점에서 일하는 박모(28)씨는 "'신천지 집단감염'이 터졌던 두세달 전보다 이태원에는 지금이 훨씬 더 인적이 드문 것 같다"고 말했다.

추가 확진자 발생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클럽 집단감염' 사태에 이태원 거리를 지나는 외국인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모로코에서 온 유학생 B(27)씨는 "한국은 그나마 안전한 나라 같았는데, 이젠 어디든 안심할 수 없을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근처에 산다는 파키스탄 유학생 트린(29)씨는 "클럽 관련 뉴스를 본 뒤 잠시 집 앞에 나갈 때도 반드시 마스크를 쓴다"며 "덥고 답답해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 등 더욱 조심해야겠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태원 집단감염에 유흥가 적막…'운영자제'에도 일부 호객행위
같은 날 오후 9시 30분께 서울 중구 북창동의 유흥업소 밀집 거리 역시 한가했다.

이날 북창동 거리에는 행인보다 유흥업소 관계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몇몇 유흥업소들은 간판에 불을 끄고 문을 닫았다.

그러나 한 유흥업소 직원은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행인에게 "형님, 술 드시러 오셨어요? 오늘 아가씨 예뻐요"라며 호객행위를 했다.

기자가 이 직원에게 "유흥업소 운영 자제를 권고하는 명령이 내려졌는데 영업해도 괜찮아요?"라고 묻자 "우리 업장은 소독도 다 하고 발열 체크도 다 해서 이럴 때 오면 오히려 더 안전해요"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운영 자제를 권고하면서 불가피하게 운영할 때는 출입구에서 발열 체크를 하고 종사자와 이용자 전원 마스크 착용, 방역관리자 지정, 입장 시 신분증 확인 등 방역지침을 지키도록 했다.

다만 북창동 거리의 대형 유흥업소 입구에는 '우리 업소는 정부의 방역 지침을 준수합니다'라는 문구만 붙어있을 뿐 따로 발열 체크를 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구청 등에서 오늘 어떻게 영업하라고 이야기 듣지 못했다"며 "몇 달 간 영업을 제대로 못 하다 이제 겨우 손님들이 오나 했는데 또 영업을 자제하라고 하면 우리보고 죽으라는 소리와 같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40대 남성 직장인은 "요즘 같은 때 유흥업소에 갔다가 코로나라도 걸리면 동선이 다 공개돼 (유흥업소에 갈) 엄두도 못 낸다"며 "이태원 클럽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난리가 난 걸 보니 당분간은 자제해야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