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 조사 중간 결과 발표…멧돼지 ASF 발생 7개월 만에 600건↑
러·중서 유행한 ASF 바이러스, 북한 거쳐 국내 멧돼지로 유입
국내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러시아·중국에서 유행하던 바이러스가 북한을 거쳐 비무장지대(DMZ) 인근 접경지역을 통해 전파한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국내 야생멧돼지 ASF 발생 원인과 전파 경로 등을 분석한 역학 조사 중간결과를 7일 공개했다.

ASF는 2007년 유럽 조지아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2017년 러시아 중부, 2018년 이후 중국, 몽골, 베트남 등 아시아로 확산한 질병으로, 인간에게 감염되진 않지만 돼짓과 동물이 걸릴 경우 치사율이 거의 100%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0월 2일 멧돼지 ASF가 처음 확진된 이후 최근까지 ASF 감염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연구진은 국내 멧돼지 ASF 바이러스의 유전형이 2007년 동유럽(조지아)에서 발생해 현재 러시아·중국 등에서 유행하는 ASF 바이러스와 같다는 점을 근거로 전파 경로를 추정했다.

북한의 ASF 바이러스 유전형은 국제적으로 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해 5월 30일 압록강 부근 자강도 우시군의 양돈농장에서 ASF가 발생했다고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공식적으로 보고한 바 있어 북한이 같은 유전형의 ASF를 전파하는 데 중간다리 역할을 했을 것으로 연구진은 판단했다.

러·중서 유행한 ASF 바이러스, 북한 거쳐 국내 멧돼지로 유입
실제로 국내 초기 ASF 발생지점을 보면 남방한계선 1㎞ 내에 있는 철원, 연천, 파주에 몰려 있다.

지난달 3일 처음으로 ASF가 확진된 고성 역시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0.2㎞ 떨어져 있는 곳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바 있다.

국내 유입 이후에는 발생 지역 내에서 멧돼지 간 얼굴 비빔, 잠자리·먹이 공유, 번식기 수컷 간 경쟁, 암수 간의 번식 행동 등 멧돼지 간 접촉에 의해 ASF가 전파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 발생 지역에서 7∼33㎞가량 떨어진 화천군 풍산리, 연천군 부곡리, 양구군 수인리 등 일부 사례는 수렵 활동이나 사람, 차량 이동 등 인위적인 요인이 ASF 전파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현재까지 멧돼지 ASF는 파주, 연천, 철원, 화천, 양구, 고성, 포천 등 7곳에서만 나왔다.

지역별 양성 건수는 연천(230건), 화천(222건), 파주(96건) 순으로 많았다.

파주 북부, 연천 북서부, 철원 북부 지역은 최근 ASF 검출이 줄어든 상태지만 연천 동부, 화천 중부, 양구 북부, 고성 북동부는 올해 처음으로 ASF가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ASF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앞으로도 ASF 양성 사례를 추가로 분석할 계획이다.

최종 역학 조사 결과는 충분한 ASF 사례가 모이고 바이러스 확산세가 꺾여야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앞으로 추가적인 역학조사 분석으로 ASF의 정확한 유입 경로를 규명해 효과적인 방역 대책이 마련되도록 기여할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에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가칭)을 조속히 개원해 상시적이고 신속한 역학조사 체계를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8일간(지난달 29일∼이달 6일) 야생멧돼지에서 ASF는 24건 추가로 발생했다.

이로써 멧돼지에서 ASF 확진은 전국적으로 604건으로 늘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