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정유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지난 1분기에만 2조원이 넘는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정유 4사의 1분기 영업손실을 모두 합하면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정유업계의 실적이 확인되고 있다. 코로나19 종식 여부에 정유업계 실적 개선이 달려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SK이노, 2조가 날아갔다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 영업손실이 1조77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영업이익 3281억원)과 비교해 적자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6일 공시했다. 적자 규모는 1962년 창사 이후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시장 예상(1조원대)보다 7000억원 이상 많다.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2720억원)까지 더하면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손실은 2조472억원으로 늘어난다. 1분기 매출도 11조163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6% 감소했다. 분기 매출은 2017년 2분기(10조5413억원) 후 가장 적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에 주력 사업 부문에서 손해를 보고 장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 부문에선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9418억원)과 정제마진 악화 등으로 1조636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화학사업에선 재고 손실 영향 등으로 이익이 전분기보다 971억원 감소하며 89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화학사업의 분기 적자는 2015년 4분기 이후 4년 만이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배터리사업도 투자 확대와 매출 감소 등으로 1049억원의 적자를 내 손실을 이어갔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전기차 배터리 부문의 올해 매출 목표를 2조원에서 10%가량 낮춘다고 발표했다. 윤활유 사업 부문만 289억원의 이익을 냈다. 차량 운행 감소 등의 영향으로 판매량이 줄고 재고가 쌓이면서 전분기보다 이익이 580억원 감소했다.

최근 국내 정유회사들은 최악의 1분기 실적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에쓰오일은 1976년 창사 이후 가장 많은 1조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27일 공시했고, 이어 현대오일뱅크도 5632억원의 영업손실을 발표했다. 1조원 안팎의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GS칼텍스까지 합하면 국내 정유 4사는 1분기에만 4조원을 훌쩍 넘는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오일 쇼크 때보다 더 심각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유업계는 코로나19 종식 여부가 실적 개선을 결정 지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석유제품은 2분기에도 약세를 지속하고 있고 휘발유와 항공유 등 수송용 제품의 상황도 마찬가지”라며 “오는 6월께로 예상되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야 점진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