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땅은 참 묘합니다.

한반도 남쪽과 달리 "지하자원의 보물고"(조선신보 보도)라고 불립니다.

북한은 광물자원 매장량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어 정확한 자료는 얻기 힘들지만 대략 전 국토의 80%에 광물자원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봅니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2016년 추정한 자료를 보면 금 2000t(세계 6위), 마그네사이트 60억t(세계 3위)이 매장돼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골간 물질인 희토류가 골고루 있다고 하고, 질 좋은 철을 노천에서 캐는 광산도 있습니다.

2016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북한 지하자원의 경제가치를 10조달러로 남한 지하자원의 20배에 달한다고 밝힌 적도 있습니다.

특히 관심이 가는 광물이 우라늄입니다.

오래된 자료이기는 하지만 북한 발표(1980.6)에 따르면 북한 우라늄 매장량은 2600만t에 달한다고 하는데, 이 가운데 경제성 있는 우라늄 채굴 가능량은 400만t으로 평가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 세계 우라늄 매장량은 764만t입니다.

세계 1위인 호주가 170만t입니다.

북한의 매장량이 얼마나 많은 양인지 실감이 나지 않습니까.

게다가 북한의 우라늄은 품질도 매우 우수한 편이라고 합니다.

북한내 우라늄 광산 가운데 5개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황해도 평산군 평산 광산, 금천군 금천광산, 평안북도 박천군의 박천광산, 평안남도 순천시 순천광산, 함경북도 라선시의 라선광산이 그것입니다.

어쩌면 북한이 우라늄을 기반으로 하는 핵무기 개발에 천착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북한 땅에 매장된 우라늄의 가치를 발견한 것은 일본 제국주의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인 1943년, 일제는 핵무기 제조를 위해 '제8 육군연구소'를 주축으로 한반도 이북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지하자원 탐사를 했고, 엄청난 양의 우라늄이 매장되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원자탄 개발은 2차 대전을 끝내기 위한 회심의 프로젝트였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독일과 일본도 뛰어들었습니다.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와 유사한 기밀연구가 일본에서도 벌어진 겁니다.

1941년 일본 육군 주도로 도쿄대 이화학 연구소, 42년에는 해군 주도로 교토대에서 원폭 개발에 착수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이화학 연구소 개발 프로젝트는 '니고 연구'라고 불렸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일본 물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니시나 요시오 박사의 이름 첫 글자인 '니'를 따서 붙인 것입니다.

일본에 있던 이화학 연구소 등이 미국의 B-29 폭격으로 파괴되고 난리가 나자 일본이 이 연구를 한반도 북쪽, 그러니까 전력과 우라늄 공급이 용이한 북한 흥남으로 옮겨 개발을 계속합니다.

일제의 대륙진출 교두보가 된 이북 지역, 특히 흥남은 당시 신흥 공업 도시로 유명했습니다.

여기에 일제는 흥남 '질소비료공장'을 세워 비밀리에 핵 개발 프로젝트를 했던 것으로 최근 연구 결과 드러났습니다.

니시나 박사가 직접 흥남 공장에서 제조시설을 만들고 연구를 이끌었다고 합니다.

일제 패망 직전인 1945년 8월 12일 흥남 앞바다에서 핵실험 때 나타나는 버섯구름이 목격됐다는 증언이 나와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습니다.

실제 작은 핵실험을 시도했던 것인지를 놓고 엇갈린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원자탄을 향한 일제의 집념을 말해주는 장면입니다.

미국의 원자폭탄 2발에 두손을 들고 만 일본 제국주의가 사실은 미국보다 먼저 원자폭탄을 개발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던 일은 충격입니다.

만일 일제가 먼저 원자탄을 만들었다면 어찌 됐을까요.

흥남 앞바다의 '실험'이 있던 바로 그날, 소련군은 한반도 이북으로 진주해왔습니다.

일본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소련으로 잡혀갔고, 흥남의 원폭개발시설은 소련의 수중에 떨어졌습니다.

4년 뒤 소련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원폭실험에 성공합니다.

4월 중순부터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던 '김정은 신변 이상설'이 이제 좀 잠잠해진 듯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잠행 20일 만에 평안남도 순천의 인비료공장 준공식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건재를 과시했기 때문입니다.

김 위원장의 컴백 무대가 공교롭게도 비료공장입니다.

게다가 우라늄 광산이 있는 바로 그 순천입니다.

노동신문은 2일 김 위원장이 전날 인비료공장을 찾은 소식을 전하며 "알곡 생산을 결정적으로 늘릴 수 있는 돌파구가 열리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농업생산 증대를 강조한 성격이 크지만 인비료공장에서는 핵무기 제조용 우라늄 추출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산비료 생산 과정에서 중간 생산물인 인산을 통해 핵무기 원료인 우라늄 정광(U3O8), 즉 옐로케이크 (Yellow Cake)를 추출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비료공장의 핵무기 생산 연관성을 제기한 것이죠. 비료 물질로 우라늄을 생산할 필요가 없을 만큼 북한의 우라늄 보유량은 충분하다는 걸 생각하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다만 비료공장과 우라늄, 그 미묘한 역사가 아직도 반복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체제의 생존을 위해 핵무기를 선택한 북한, 그 속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을 '북녘의 사람들'이 함께 눈앞에 떠오릅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