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단체 회원 2명, 항소심서 벌금 줄거나 선고유예 받아
개 농장 고발목적 침입…동물애호가·네티즌 선처 호소에 감형
'개 사육 농장 실태를 고발하겠다'며 남의 주거지이자 시설에 침입한 2명이 동물애호가와 네티즌 등 다수의 선처 호소에 힘입어 가벼운 형을 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동물보호단체 회원 A(49)씨와 B(55)씨는 2018년 여름 충남 천안의 한 개 사육시설(농장)에 들어가 내부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었다.

당시 출입문은 열려 있었다.

주변에 높은 철제 담장이 있던 시설 안에는 주인이 사는 집도 있었다.

주인 퇴거 요청으로 10분도 채 안 돼 밖으로 나간 A씨 등은 개 식용을 막을 목적으로 인터넷에 시설 사진 일부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들을 수사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A씨 등은 검찰에서 "개 식용을 막고 사회를 바꾸기 위한 선의에서 행동한 것"이라며 "위법한 목적이 없었던 데다 외관상 주거지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천안지원 김애정 판사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각각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농장 한쪽에 주택이 있는 데다 피고인들이 안에 들어가기 전 '사장님'을 부르는 등 피해자 현존 여부를 확인했다"며 "이 농장은 허가받은 시설인 데다 피고인 출입을 허용할 만한 긴급한 상황이 있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A씨 등은 사실오인과 양형 부당을 이유로 즉각 항소했다.

1심 판결 소식을 전해 들은 네티즌 역시 항소심 재판부에 다량의 탄원서를 보내 A씨와 B씨의 선처를 부탁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을 종합적으로 다시 살핀 대전지법 형사항소4부(임대호 부장판사)는 지난달 22일 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B씨에겐 벌금 1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원심에 사실을 오인한 점은 없으나, '형이 무겁다'는 피고인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제보받은 불법 개 농장을 찾던 피고인들이, 실제 제보받은 곳은 아니었으나 개 짖는 소리에 문 열린 피해자 농장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 요구를 받고는 바로 퇴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들이) 처참하게 사육되는 걸 보고 마음이 아프다거나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길이라는 등의 의견과 함께 피고인들에 대해 무죄나 선처를 요청하는 수많은 탄원이 법원에 들어왔다"며 "전체적인 사정에 비춰 보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겁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