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카드사의 대출 한도나 연 이자율을 모른 채 한 곳의 자동차 할부금융을 이용해야 하는 이른바 '깜깜이' 대출을 권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다른 카드사에서 자동차 할부금융 한도금액과 연 이자율을 조회한 고객이 자사 자동차 할부금융 한도 조회를 할 수 없도록 막아놨다.
실제로 삼성카드 자동차 할부금융 한도조회가 막힌 고객의 경우 콜센터에 문의한 결과 약 한 달 후에나 정상적으로 다시 조회가 가능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고객이 여러 금융사에서 다수의 한도 조회가 발생해 이상거래로 판단되면 고객 보호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한도 부여가 어려울 수 있다"며 "콜센터에 본인확인을 통해 이상거래 등 해당사항이 없으면 즉시 한도 부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는 이 회사 자동차 할부금융 한도 금액과 연 이자율을 조회하는 고객에게 한도 조회 후 다른 카드사에서 자동차 할부금융 한도를 진행할 경우 이용 가능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초 여러 카드사에 한도와 연 이자율을 조회해보고 가장 저렴한 곳을 선택할 예정이었던 30대 고객 A씨는 국민카드의 설명을 듣고 한도 조회를 접었다.
이에 대해 국민카드는 실제로 대출 한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건전성 관리를 위한 나름의 전략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금융을 이용할 때 두 곳 이상 한도를 조회하는 경우가 없다보니 통상적인 거래 패턴이 아닌 경우에는 보다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카드사를 제외한 다른 카드사의 경우 한도 조회를 여러 번 한다고 해서 조회가 막히거나 대출 가능 한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하는 곳은 없었다.
일각에서는 단순 한도조회만으로 조회를 차단하거나 한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은 과한 처사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여러 카드사의 상품을 비교해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자동차 딜러와 짜고 자동차 할부금융을 이용해 카드깡을 하는 사례가 있어 일부 카드사에서 강하게 규제하고 있는 것"이라며 "최근에는 여러 금융상품 중에 고객이 직접 비교해보고 결정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는 만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차은지/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