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삶과 인권 조명…130년 한·호주 민간교류 결실
호주 선교사 설립 부산나병원 기념비 국가문화재 지정
국내 최초 한센인 치료 병원인 부산나병원 기념비가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부산 일신기독병원은 부산나병원 기념비가 최근 국가등록문화제 제781호로 지정됐다고 4일 밝혔다.

1930년 건립된 기념비는 오벨리스크 형식으로 병원 명칭, 건립 및 운영자, 건립 시기 등 정보를 담고 있다.

높이 113㎝, 하단 폭 12㎝, 상단 폭 9㎝ 크기로 화강암 재질이다.

관련 조사를 한 경기대학교 소성박물관 배대호 팀장은 "한센병 환자들이 성금을 모아 직접 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부산나병원은 1909년 부산 남구 감만동에 건립된 국내 최초의 한센병 전문 치료 기관이다.

이 병원은 1941년 일제가 군사시설을 만들기 위해 병원 문을 닫을 때까지 호주 선교사 제임스 노블 맥켄지(한국명 매견시)가 29년간 운영했다.

폐원 당시 나병원에는 한센병 환자 680명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이 중 상당수는 소록도 갱생원으로 강제 이송됐다.

해방 뒤 소록도에서 돌아온 일부 한센병 환자들이 다시 모여 거주하게 된 곳이 부산 남구 용호동 상애원이다.

상애원도 1990년대 말 해체되면서 지금은 주거지로 변모했다.

부산나병원 기념비는 한국과 호주를 잇는 첫 국가문화재라는 의미를 지닌다.

1889년 호주인의 조선 방문 이후 130년 넘게 이어진 한국과 호주 간 민간교류의 결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호주 선교사 설립 부산나병원 기념비 국가문화재 지정
제임스 최 주한 호주대사는 "호주 선교사 맥켄지가 운영한 부산나병원을 기념하는 비석이 국가문화재로 지정됐다"며 "이를 계기로 양국 관계에 대한 연구와 문화 교류가 활성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비석을 보관하고 있는 인명진 한호기독교선교회 일신기독병원 이사장은 "일반인들과 격리된 생활을 한 한센인 삶과 인권을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라며 "잘 보존해 일반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일신기독병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등록문화재 지정 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