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당시 9개 업체 근로자 78명, 전기와 도장 등 작업
순식간에 연기·불길 확산…생존자 "최소 10여 차례 폭발음"

38명의 생명을 앗아간 29일 경기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는 80명 가까운 근로자들이 공사 막바지 작업에 열을 올리던 중 발생, 대피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확산했다.

화재가 발생하기 직전인 이날 오후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소재 A사의 냉동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는 완공 2개월을 앞두고 마감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에 투입된 9개 업체 78명의 근로자는 연면적 1만여㎡의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건물에서 전기, 도장, 설비, 타설 등 분야별로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냉동창고의 단열재로 광범위하게 쓰이는 우레탄을 창고 벽면에 주입하는 일도 이날 작업 중 하나였다.

현장 근로자들에 따르면 이 작업은 건물 내 곳곳에서 이뤄졌다.

그러던 오후 1시 30분께 갑자기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불은 바로 우레탄 작업 현장 중 하나인 지하 2층 C라인 화물용 엘리베이터 부근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우레탄 주입 과정에서 발생한 유증기가 화원을 만나 폭발하면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폭발 후 일어난 불은 주위에 있던 가연성 물질에 옮겨붙으면서 빠른 속도로 번졌다.

이후 짙은 연기가 건물 전체를 뒤덮으면서 공사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근로자들은 대피 과정에서 '펑'하는 폭발음은 수차례 들었다고 전했다.

지상 2층에서 타일 작업을 했던 한 근로자는 "계단 밑에서부터 검은 연기가 올라와 불이 났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바깥으로 뛰쳐나왔다"며 "연기 때문에 계단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어떻게 바깥으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다급했던 당시를 설명했다.

유독가스가 포함된 연기가 건물 전체로 퍼지는 속도가 워낙 빨라 상당수 근로자가 미처 대피하지 못했다.

해당 물류창고는 샌드위치 패널 구조여서 불이 붙으면 다량의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이번 화재는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지상 2층 18명, 다른 층에서 각 4명씩 수습된 희생자들은 분산되지 않고 같은 공간에서 발견됐다.

소방당국이 희생자들이 미처 대피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연속적인 폭발, 또 빠르게 퍼진 유독가스에 의해 변을 당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배경이다.

소방 관계자는 "발화 직후 폭발적 연소 및 연기 발생으로 근로자들이 탈출 시간을 상실했기 때문에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며 "사망자들의 옷이 모두 탄 사례가 많아 연소가 폭발적으로 일어났고 엄청난 유독가스가 뿜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