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이라며 절반 해고
주류 기업에 판권 팔겠다 접촉
뒤로는 법인 만들어 계약
업계 "구조조정 위한 꼼수"
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경위는 이렇다. 에드링턴의 북아시아 지역 대표 데이비드 패티슨은 29일 “지난 2월 에드링턴코리아 법인을 철수하고 맥캘란 등 주요 제품의 독점 공급 유통회사로 디앤피스피리츠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해온 매각 작업을 완료했다는 발표다. 에드링턴코리아는 법인 철수 전 전체 직원의 절반인 40명을 경영난을 이유로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판권이 누구에게 넘어갔느냐 하는 점이다. 30년 만에 한국 법인을 철수한 에드링턴은 한국 내 판권을 디앤피스피리츠에 넘겼다. 이 회사는 노동규 전 에드링턴코리아 대표가 작년 11월 세운 회사다. 노 전 대표는 2016년 에드링턴의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 총괄을 거쳐 2017년 11월부터 에드링턴코리아 대표를 맡아온 ‘에드링턴 맨’이다.
업계에서는 당장 위장 철수설이 돌기 시작했다. 에드링턴이 한국 법인의 구조조정을 위해 판권을 팔 것처럼 속이고 구조조정을 단행한 뒤 전 법인 대표가 운영하는 새 회사에 판권을 넘겨 그대로 영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주장이 나올 만한 근거가 있다. 맥캘란은 침체된 위스키 시장에서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는 싱글몰트 위스키의 대표 브랜드다. 마니아층이 많아 연간 순이익만 20억~30억원에 달한다. 에드링턴의 한국 철수설이 돌자 작년 말부터 맥캘란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주류업계가 너도나도 협상에 나섰다.
노 전 대표도 지난해 11월 판권 인수를 위한 법인 디앤피스피리츠를 세웠다. 에드링턴코리아 대표로 재직 중에 자신의 주류유통 법인을 세웠고, 현재의 직장과 협상을 벌여 결국 판권을 인수한 것이다. 한 주류회사 관계자는 “이미 전 대표와 구조조정 계획, 올해 사업계획까지 다 짜놓고 이를 감추기 위해 대기업과 주류회사들을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맥캘란은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이제 별 다른 영업이나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술”이라며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의혹들과 관련해선 할 말이 없다”며 “본사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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