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전문가 "기업들, 근로자보다 주주·경영진 먼저 생각할수도"
WP "다른 경기부양 패키지법엔 용처 제한 있는데 이것만 없어"
"미 600조원 넘는 코로나 기업대출…고용안정 장치 없어 논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코로나 19 팬데믹(대유행) 사태에 맞선 경기 부양을 위해 대기업 회사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총 5천억 달러(한화 약 613조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수혈하기로 했으나 정작 근로자들에게 필요한 고용안정 장치가 없어 논란을 빚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기부양 패키지법(Cares Act)의 하나인 이 프로그램은 미 중앙은행인 연준이 특정 조건을 갖춘 대기업 회사채를 사들임에 따라 해당 기업에는 생명선을 연장할 현금 유입이 가능해지도록 설계된 것이다.

그러나 최초 버전이 회사채매입기구(PMCCF)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이 법의 문제점은 고용안정, 주주·경영진 보상 등 씀씀이와 관련해 대기업들이 마땅히 지켜야 할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WP는 다른 경기 부양법률과 달리 이 지원금은 주주 배당 및 경영진 보상을 제한하거나 자기주식취득을 막는 형태의 견제장치 없이 실행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이 연준 지원금을 일자리 지키기에 쓰지 않고 주주 및 경영진의 배를 불리는 데 전용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출신의 코넬대 경제학자 에스워 프라서드는 "행정부가 이런 지원을 그저 기업들의 선의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면서 "정부가 회사채를 사들이고 나면 몇 개월 후 실적을 전환한 기업들이 한바탕 배당 잔치를 하거나 근로자들을 해고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기업 지원 프로그램이 의회에서 합의된 사안이라며 강력하게 방어선을 쳤다.

그는 WP와 인터뷰에서 "초당파적 기반 아래 심도 있게 논의된 프로그램"이라며 "솔직히 이런 법안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미국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강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 안정은 기업들이 스스로 기능하게끔 하고 투자를 늘리면서 고용을 유지하게 하는 동시에 근로자들을 다시 일터로 돌려보내게 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므누신 장관의 설명과 달리 이 법안은 다른 부양 패키지법과 사뭇 다르다고 WP는 지적했다.

중소기업에 지원된 6천590억 달러(역 807조 원)의 급여보전프로그램은 기업들이 수혈받은 자금을 오로지 고용을 유지하고 근로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데 사용하게끔 못 박아뒀다.

근로자 500~1천명의 중견기업에 지원되는 6천억 달러(735조 원) 규모의 프로그램도 기업들이 주주 배당금으로는 실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받은 항공산업계에 지원된 460억 달러 규모의 지원금도 중역 급료로 돈을 쓰지 못하게 용처를 묶었다.

문제가 된 이 법안도 애초 지난달 23일에 나온 초기 버전에는 경영진 급여와 배당금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4월 9일 개정본에서는 경기부양 패키지법의 공통분모인 배당금·경영진 보상금 규정이 슬그머니 빠져버린 것이라고 WP는 지적했다.

좌파 성향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의 그레그 겔지니스 선임분석가는 "3월과 4월 프로그램 사이에 거래조건의 변화가 있었다는 건 연준에 책임이 있다는 스모킹건(움직일 수 없는 증거)"이라고 주장했다.

"미 600조원 넘는 코로나 기업대출…고용안정 장치 없어 논란"
긴급 지원금을 감독하는 엘리자베스 워런(민주) 상원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긴급자금 수혈에) 선택받은 기업들이 근로자보다 주주나 경영진을 먼저 생각할 여지가 있다"면서 "재무부와 연준이 수천억 달러의 자금을 아무런 끈도 묶어놓지 않고 대기업에 직접 지원하는 걸 걱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