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따리상 대량 구매로 선방
28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신라 등 27개 업체가 운영하는 58개 면세점 전체 매장의 지난달 매출은 1조87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2조247억원)의 절반 수준이고, 2월(1조1025억원)과 비슷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사람도, 국내로 들어오는 사람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세점들은 매출 ‘반토막’조차 감지덕지해 하는 분위기다. 해외 면세점 중에선 매출이 아예 없는 곳도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세계 주요 공항이 셧다운(일시 폐쇄)된 상황에서 월간 매출 1조원은 의외의 선방”이라고 자평했다.
매출 1조원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따이궁 때문이다. 평소 월평균 400만 명을 넘겼던 면세점 방문객은 올 3월 들어 58만여 명까지 감소했다. 방문객 수가 8분의 1토막 났다. 내국인은 이 비율 감소만큼 면세점에서 돈을 적게 썼다. 월평균 3000억원 이상에 달했던 내국인 매출은 지난달 258억원까지 감소했다. 외국인은 그렇지 않았다. 1조7000억~1조9000억원 하던 것이 1조원대 초반이 됐다. 40%가량 감소하는 데 그친 것이다.
업계는 이를 따이궁 구매 패턴 변화로 설명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크게 감소하면서 따이궁 방문도 줄었다. 그러나 따이궁 1인당 구매액수가 크게 늘었다. 이는 2월 중순 관세청이 외국인이 면세점에서 대량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제한을 풀어준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외국인의 면세점 구매한도는 화장품 50개, 가방 및 시계는 10개, 주류 50병 등으로 묶여 있었다. 관세청이 이 제한을 풀자 따이궁의 1인당 매입량을 크게 늘렸다. 외국인 1인의 평균 구매액은 1월 약 105만원에서 3월 409만원으로 두 달 만에 네 배 가까이 뛰었다. 협회 관계자는 “따이궁이 한국 입국제한 조치가 이뤄질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매입 물량을 더 늘린 이유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