량옌핑 후베이대 교수, '우한 일기'에 "인간성과 양심을 추구한 글"
대학 당국 "조사해 엄중히 처리"…'표현의 자유' 억압 비판도
中 대학교수, '우한 참상' 폭로 글 지지했다가 조사받아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 우한(武漢)의 참상을 폭로한 글을 지지한 대학교수가 학교 당국의 조사를 받게 돼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전날 중국 후베이대학 당국은 이 학교 문학원 교수인 량옌핑(梁艶萍)의 '부적절한 글'에 대해 조사한 후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량 교수가 대학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된 것은 작가 팡팡(方方)이 미국에서 발간한 '우한 일기'(Wuhan Diary)를 지지하는 글을 그가 웨이신(微信·위챗)에 올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발원지로 두 달 넘게 봉쇄됐던 우한 주민들의 힘겨운 삶을 묘사하고 우한시 당국의 잘못을 질책한 '우한 일기'에 대해 량 교수는 "인간성과 양심을 추구하는 글"이라는 극찬을 남겼다.

하지만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총편집인 등 많은 중국인이 '우한 일기'를 거세게 비판하는 상황에서 올라온 이 글은 거센 역풍을 불렀다.

후시진 등은 미국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우한 일기'가 미국 등에 유리하게 이용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량 교수의 '우한 일기' 지지 글에 대해 중국 누리꾼들은 "중국의 수치", "바이러스 숙주", "기생충", "친일분자", "바퀴벌레"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격렬하게 비난했다.

누리꾼들은 량 교수가 과거에 쓴 글 등도 모두 찾아내 그가 중국의 이익을 해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량 교수는 지난해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때 시위대를 지지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으며, 홍콩 시위대의 상징인 검은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시위 희생자들과 홍콩 시위 희생자인 홍콩과기대생 차우츠록(周梓樂)을 추모하는 글을 온라인에 올렸다.

이로 인해 량 교수는 지난해 후베이대학 당국의 조사를 받았으며, 관련 글과 사진 등은 온라인에서 삭제됐다.

량 교수에 대한 거센 비난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궈위화 칭화대학 사회학 교수는 온라인에 올린 글에서 "사람들이 생각과 표현으로 인해 비판받는다는 것은 매우 불길한 징조이며, (사상 탄압이 극심했던) 문화대혁명 당시를 연상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궈 교수의 글도 당국의 삭제 요구를 받았으며, 그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결국 온라인에서 차단됐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관영 중국중앙(CC)TV의 유명 앵커이자 인터넷 스타인 추멍황(邱孟煌)이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중국이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글을 내리기도 했다.

이후 추멍황은 앵커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중국 현지 언론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