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여자·나는 악녀가 되기로 결심했다

▲ 우리는 왜 이별했을까? = 아론 벤지이브 지음, 김현주 옮김.
한평생 철학과 심리학을 접목해 인간의 감정, 그중 특히 '사랑'을 연구해온 저자가 사랑의 탄생부터 소멸까지 하나의 생애주기를 따라가며 사랑과 낭만적 관계를 탐구한다.

철학을 큰 틀로 삼고 심리학·사회학·신경과학의 실증적 연구자료와 대중문화에서 얻은 통찰을 융합하고 통섭하는 방식으로 사랑의 면면을 살핀다.

또 저자가 상담에서 만난 사람들의 실제 사례, 저자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독자들이 남긴 생생한 사연도 풍성하게 소개된다.

14개 장에 걸쳐 연애, 결혼생활, 갈등, 바람, 권태기, 이별, 황혼의 사랑 등을 다룬 이 책은 배우자가 알츠하이머에 걸렸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와 같은 현실적 문제부터 사랑은 느낌인지 행동인지, 사랑인지 알지 못하면서 사랑하는 것이 가능한지 등 심리 문제들을 심도 있게 살펴본다.

책에서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 시간이 더 흘러 경험할 수 있는 깊은 사랑이 더욱 유익하다는 사실이다.

그는 "사랑은 갓 생겨나 신선할 때 가장 좋지만, 우리가 그 사랑에 신경을 쏟는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은 더욱더 맛있고 영양도 높아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오래된 와인의 품질이 더 좋지만, 숙성 기간만이 아니라 포도의 품종, 기후, 생산 연도, 재배법, 저장법, 보틀링 등이 모두 와인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오래 가는 사랑은 개인과 상황에 관련되는 요인들,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 작용과 관련한 것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다듬어진다고 설명한다.

파우제. 496쪽. 2만2천원.
▲ 생각하는 여자 = 줄리앤 반 룬 지음, 박종주 옮김.
현존하는 여성 사상가들에게 사랑, 놀이, 일, 두려움, 경이, 우정이라는 여섯 가지 주제에 관해 질문하고 답을 들어본다.

호주의 문예창작 교수이자 작가인 저자는 지혜를 선사한다는 책들은 대개 죽은 남성 철학자의 의견으로 채워져 있다는 데 문제의식을 느끼고 살아 있는 여성들이 일상의 문제에 도전한다면 그 책은 무엇을 말하게 될 것인지를 규명해 보고 싶었으며 그것이 책을 쓰게 된 동기라고 말한다.

저자는 로라 키프니스, 시리 허스트베트, 줄리아 크리스떼바, 낸시 홈스트롬, 마리아 워너, 로지 브라이도티 등 걸출한 여성 지식인 6명과 로지 배티, 헬렌 캘디콧 등 사회운동가 2명을 직접 방문해 인터뷰하거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문답했다.

당연히 이들이 여성학이나 철학 분야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도록 업적을 쌓았지만, 대중에게는 낯선 이유도 화제에 오른다.

저자는 그 이유를 해명하는 대신 담담한 어조로 이들이 겪은 일을 전한다.

아무리 뛰어난 지적 성과를 거두어도 돌아온 것은 '제일 예쁜 대학원생'이란 외모 평가(워너)라거나 출산과 육아의 과정을 감내하며 연구에 매진했으나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렌즈로 세상을 들여다보기 시작하자 보수적인 학계가 거부했다(홈스트롬)거나 각고의 노력 끝에 철학계의 평가를 받게 됐으나 '공산당의 간첩'이라는 음모에 휩싸였다(크리스떼바)는 것과 같은 이야기들이다.

창비. 360쪽. 1만8천원.
▲ 나는 악녀가 되기로 결심했다 = 심은영 지음.
역사 속의 '악녀' 10명으로부터 삶의 태도에 관해 배울 점들을 추려 '악녀 십계명'으로 정리했다.

책에서 다룬 인물들은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견뎌내고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힘겨웠을 삶을 성공으로 이끈 이들이다.

남성이라면 이런 사실 자체로 찬사를 받았겠지만, 문란한 사생활 등 일부 흠결을 이유로 이들에겐 '악녀'라는 수식어가 붙어버렸다.

저자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 이들이 불행을 극복하는 방식을 통해 배우려 한다.

3명과 4번 결혼했으나 모두 결말이 좋지 않았고 사생활에 관한 추문을 달고 살았지만 당당함을 잃지 않았던 미국 작가 도로시 파커로부터는 '하고 싶은 말을 참지 말라'는 교훈을 얻는다.

니체와 파울 레 등 두 남자와 동거하며 그들을 모두 파멸로 몰아넣은 것을 비롯해 남성 유명 인사들의 인생을 망친 것으로만 잘 알려져 있으나 50세에 프로이트 밑에서 정신분석학 공부를 시작할 정도로 학구열이 있었던 독일 작가 루 살로메의 인생을 통해 '뒤늦은 시작이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밖에 오노 요코(망설이지 말라), 조르주 상드(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련 따위는 버려라), 측천무후(타인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지 말라) 등 악녀와 그들이 가르쳐준 교훈을 이야기한다.

창해. 224쪽. 1만5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