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시효 끝' 발언에 연일 김종인 때리기…"'노태우 비자금' 사건서도 뇌물 브로커"
심재철 "대선준비 마치고 떠날텐데 악의적 선동"…"수사기록에 홍준표의 '홍'자도 없어"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종인 전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을 향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의 전신) 대표가 연일 맹공하고 있다.

이같은 홍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일각에선 "자신의 복당과 대권 재도전이 어려워질 것 같으니 네거티브를 하는 구태"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홍 전 대표는 26일 페이스북에서 "정체불명의 부패 인사가 더이상 당을 농단하는 것에 단연코 반대한다"며 "노욕으로 찌든 부패 인사가 당 언저리에 맴돌면서 개혁 운운하는 몰염치한 작태는 방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부패 인사'란 김종인 내정자를 가리킨 것이다.

1993년 4월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에서 민주정의당 의원이던 김 내정자는 동화은행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검사이던 홍 전 대표는 이 사건을 맡은 함승희 주임검사 요청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김 내정자(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을 심문해 자백을 받았다고 전날 주장했다.

그는 "1995년 11월 '노태우 수천억 비자금 사건'에서 재계인사들로부터 경제수석이라는 직함을 이용해 뇌물 브로커 행세를 한 혐의로 특가법상 뇌물죄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고 항소를 포기한 전력도 있다"라고 했다.

이어 "부끄러움을 안다면 이제 우리 당 언저리에 더이상 기웃거리지 말라. 뇌물 전과자로 개혁 대상자인 분이 지금까지 '개혁 팔이'로 한국 정치판에서 이 당 저 당 오가며 전무후무한 '비례대표 5선'을 했으면 그만 만족하고 그만둘 때가 되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총선 직후 '김종인 추대론'에 동조했던 홍 전 대표는 김 내정자가 '70년대생·경제 전문가 대선후보론'을 내세우면서 대권에 다시 도전하려는 자신을 향해 "시효가 끝났다"고 하자 이에 반발, 전날과 이날에만 8건의 글을 잇달아 올려 '김종인 때리기'에 나섰다.

홍준표 "부패인사 김종인" 맹공…"불리하니 27년전 얘기" 역공도(종합2보)
그러자 김 내정자와 가까운 김근식 전 후보(서울 송파병)는 페이스북에서 "불과 며칠 전 '(김종인) 비대위원장 모셔야 한다'더니, 시효 끝났다는 말이 나오자마자 반대 입장으로 돌변하고 이미 다 아는 27년 전 사건까지 끄집어냈다"며 "본인의 복당과 대선후보가 어려워진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당의 다수가 결정한 문제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입장을 바꾸고, 네거티브 정치공세에 나서는 것이야말로 진정 우리 당이 해소해야 할 구태 중의 구태"라며 "당의 요구를 끝까지 어겨 무소속 출마하고, 이제 다시 복당과 대선후보를 자임하고, 정치적 이해관계로 저질 비난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노욕'"이라고 직격했다.

정진석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낯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

전 당 대표가 김종인 내정자를 향해 쏟아낸 말들, 얼굴이 화끈거린다"며 "이게 미증유의 참패를 겪은 정당의 모습이냐. 국민들의 손가락질이 보이지 않냐"고 반문했다.

당 대표 권한대행인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내정자가 내년 3월까지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한 준비를 마치고 떠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내정자가 '무기한 전권 비대위원장'을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악의적 선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홍 전 대표가 김 내정자를 비난하는 소재로 든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은 홍 전 대표의 주장과 달리 그의 역할이 미미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 사건 수사를 주도했던 당시 검찰의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홍준표가 김종인을 (조사실에서) 봤을 수는 있겠다.

한마디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법률적 의미가 있는 자백 같은 건 없었다"며 "이미 계좌추적으로 다 끝난 상황이었다.

수사기록에는 홍준표의 '홍'자도 없다"고 밝혔다.

당시 '5·6공 금융계의 황제'로 불리며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을 관리한 고(故) 이원조 전 의원을 수사하다가 '곁가지'로 김 내정자도 나왔지만, "그는 애초 수사대상도 아니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한편 홍 전 대표는 이날 유튜브 방송 '홍카콜라LIVE'를 버스킹 형식으로 진행하면서 이번 총선에서 대구 수성을 당선으로 "PK(부산·경남)·TK(대구·경북)에 정치적 기반이 다 생겼다.

서울 강북에서도 선거를 죽 해와 서울에는 이미 정치적 기반이 있다"며 "대선 나가는 데 상당히 유리해졌다"고 자평했다.

김 내정자가 제기한 '30·40 기수론'에 대해서도 "좋은 일이지만, 대한민국을 이끌 만한 능력과 자질이 되는가 살펴봐야 한다"며 "우리나라 30·40대가 나라를 맡을 만큼 정치적 역량이 있는 세대가 아니라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비대위원장 대안으로는 김수한 전 국회의장, 박찬종 전 의원을 거론하면서 자신은 "언제든지 복당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 시청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된다고 묻자 "검찰총장 한 사람이 법무부 장관을 가거나, 국회에 들어와 정치하는 건 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그는 정권 교체를 이뤄낼 경우 사법시험 부활, 담뱃값 인하, 사형 집행, 9월 학기제 시행, KBS 시청료 폐지 및 KBS2와 MBC의 민영화 등을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홍준표 "부패인사 김종인" 맹공…"불리하니 27년전 얘기" 역공도(종합2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