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공만 하면 된다" vs "인프라 덕 보는 만큼 비용 분담해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망사용료 갈등이 법정 싸움으로 번지면서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 간 해묵은 망 사용료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망 사용료는 넷플릭스 같은 CP가 ISP의 망을 이용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가를 ISP에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넷플릭스는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ISP 중 하나인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들의 서비스로 SK브로드밴드 망에 유발한 트래픽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내용이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트래픽 폭증에 따른 비용 부담을 자사가 지고 있음에도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에 관한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신청을 한 바 있다.

방통위는 당초 5월 중에 재정신청에 관한 의견을 내놓을 계획이었으나, 넷플릭스가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재정신청 절차도 중단됐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입장을 내기 전에 넷플릭스가 방통위의 의견 발표를 무산시키려고 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통위의 의견은 구속력이 없지만, 방통위는 규제 기관으로서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양측의 입장을 청취하고 중재안을 내놓을 수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방통위가 중재안을 내놓기도 전에 민사 소송을 제기해 이를 무산시키면서 한국 정부와 국내 ISP 전체를 무시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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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는 지난 1분기 1천580만명 증가했다.

현재 넷플릭스의 총 가입자는 1억8천290만명이다.

이 중 국내 가입자는 200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역대 최대의 가입자를 확보한 상황에서도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망 사용료 지급을 회피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미국 컴캐스트, 통신사 버라이즌·AT&T 등 회사에는 분쟁 끝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계약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별도의 캐시서버(OCA)를 ISP업체에 설치해주는 것으로 망 사용료 지급을 갈음하겠다는 입장이다.

캐시서버는 일종의 창고처럼 해외 서버에 있는 콘텐츠 일부를 담는 임시 서버다.

트래픽이 급증할 때 캐시서버를 활용해 바로 영상을 한국에 불러올 수 있다.

넷플릭스는 또 망 품질 관리는 ISP의 역할이라고 주장한다.

CP는 콘텐츠 관리나 품질 강화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ISP는 정반대의 입장이다.

해외 CP가 망 고도화가 가장 잘 이루어진 한국의 인터넷망을 사용해 이익을 얻는 만큼 어느 정도의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CP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아 망의 품질을 높이고, 이용자가 더 좋은 인터넷 환경에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ISP는 주장한다.

한 ISP 관계자는 "넷플릭스 등 해외 CP가 이처럼 서비스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 내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졌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비용을 전혀 내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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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넷플릭스와 관련해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

SKT와 KT는 자체 OTT 업체를 가지고 있어 넷플릭스와는 경쟁 입장이기도 하다.

LG유플러스는 2018년 11월부터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의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 플랫폼에서 넷플릭스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양사 간 계약 비용·계약 기간 등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으나,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지 않고 있다.

아울러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의 계약으로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IPTV 매출 1조원을 넘기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KT는 넷플릭스와 망 이용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면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의 분쟁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KT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인터넷망을 갖춘 사업자인 데다 해외에서 오가는 트래픽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망 용량에 여유가 있다.

하지만 KT 역시 콘텐츠 트래픽이 급증하는 추세에서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가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넷플릭스의 망 이용 대가를 놓고 통신 3사간 입장 차이는 있지만, 이들 ISP는 대체로 CP가 망 이용 대가를 분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CP와 ISP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CP가 콘텐츠 제공 사업을 하려면 ISP라는 플랫폼을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 비용 문제에서는 이들 사이에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명백하다.

SK브로드밴드와의 협상을 포기하고 소송을 선택한 넷플릭스의 결정이 법원으로부터 어떤 판결을 끌어낼지 주목된다.

법원의 결정은 당장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중 누구에게 이득이 되느냐를 넘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는 국내 OTT시장의 콘텐츠 유통구조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