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아프리카어 사용하는 직원들에 영어 안내문만 배포
근로자 사용언어만 40개…미 돼지고기 공장의 방역 실패
미국 스미스필드 돼지고기 공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가운데 공장 내 언어 장벽이 코로나19 방역 실패를 초래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NBC방송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역학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스미스필드는 지난 2013년 중국계 돈육기업 WH그룹에 인수된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가공업체로, 지난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미국 내 최대 규모의 돼지고기 가공시설인 사우스다코타주 공장의 문을 닫았다.

이 공장에서는 738명의 근로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됐고, 2명이 목숨을 잃었다.

CDC는 15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언어 장벽에 가로막힌 스미스필드 공장의 의사소통 실패가 코로나19 확산을 가져온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CDC에 따르면 스미스필드 공장의 다국적 근로자들은 모두 40개의 언어를 사용했다.

이 공장에서 사용되는 10대 언어에는 영어와 스페인어, 불어뿐만 아니라 네팔어와 베트남어, 아프리카의 스와힐리어와 쿠나어, 티그리어, 암하라어, 오로모어 등 생소한 언어까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공장 측은 발열 등 코로나19가 증세가 의심되는 직원은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는 안내문을 영어로만 작성해 작업장에 배포했다.

또한 공장 측은 지난달 24일 첫 환자가 발생했을 때 공장 가동을 중단하지 않고 오히려 직원들에게 추가수당 지급을 약속하며 출근을 독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언어 장벽은 현장에 파견된 CDC팀의 조사에도 차질을 초래했다
CDC는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작업장의 정보를 파악해야만 코로나19 확산 원인을 알 수 있지만, 언어 장벽 때문에 작업장 내 코로나19의 확산 경로 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CDC는 스미스필드 공장 모든 직원에 대한 마스크 배포, 작업장 내 투명 가림막 설치, 손 소독제 추가 배치 등 11가지 개선사항을 권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