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상상력과 신선한 글쓰기로 주목받는 소설가 정지돈이 다시 오묘한 작품으로 돌아왔다.

사실인지 허구인지, 혹은 진담인지 농담인지 헷갈리게 하는 소설집을 들고서.
주제의식도, 글쓰기 방법도 천편일률적으로 변해가는 국내 주류 문단 안에도 서구 예술문화를 선구자로 만든 '오리지널'(original) 추구 정신이 존재함을 보여주듯 정지돈의 글쓰기는 항상 새롭다.

독자 관심도와 상금 규모 등에서 기존 문단을 추월하며 '주류 교체'에 나선 웹문학계에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며 경고장을 보내는 느낌이다.

정지돈 단편집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사실과 상상을 절묘하게 배합해 독자들을 낯설게 만드는 그만의 재치와 농담으로 가득하다.

이것은 농담인가 사실인가…정지돈 '농담을 싫어하는…'
"친밀한 사이에서 오간 실없지만 웃긴 대화 같은, 그런 글을 생각하고 쓴 건 아닌데 써놓고 보니 그렇게 됐다.

"
소설집에서 창조해낸 각각의 세계는 모두 소설 문학의 매력을 흠뻑 느끼게 해준다.

18편 단편에는 일본, 이탈리아, 독일 등 여러 공간적 배경이 나오고 등장인물들은 일상 속에서 기이한 일들을 마주친다.

환상적이거나 미스터리한 설정도 많아서 가벼운 공포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다양한 내용과 형식이 실험되고 젊은 작가답지 않은 지성과 위트를 보이기도 한다.

'지하 싱글자의 수기' 같은 경우 짧은 디스토피아 SF로 봐도 손색없다.

비혼이 법으로 금지된, 즉 결혼하지 않으면 실형을 받고 감옥에 가는 머지않은 미래를 다뤘다.

저출산이 점점 가속하고 수십년간의 정부 대책은 오히려 이런 현상을 악화시킨 우리 사회도 저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소설은 개연성 있는 허구를 활자화한 것이다.

도서출판 마음산책에서 펴내는 짧은소설 시리즈 아홉번째 작품이다.

정지돈은 2013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해 소설집 '내가 싸우듯이', 장편 '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 '야간 경비원의 일기' 등을 펴냈다.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