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작년 11월 22일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을 발표한 이후 이달 20일까지 약 5개월간 업종전환을 위해 지원사업을 신청한 국내 일회용품 생산·유통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환경부는 대책 발표 당시 “2022년까지 일회용품 사용량을 35% 이상 줄이겠다”며 “국내 일회용품 생산·유통업체의 업종전환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일부 업종에서 타 업종으로 전환하는 업체들에게 설비 교체 등을 위해 저리융자를 지원하는 사업전환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올해 사업은 1600억원 규모다. 이 사업에서 일회용품 생산·유통업체에 우선순위를 주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었다.
업계에서 업종전환을 서둘지 않는 까닭은 ‘실제로 일회용품 사용량을 급격하게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더딘 정책 추진과 코로나19 사태는 이 예측에 확신을 더했다.
환경부는 내년부터 카페 등 식품접객업소 안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물론 종이컵 사용도 금지하는 등 고강도 일회용품 감축 대책을 펼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를 위한 관련법 개정안은 발의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총선거로 국회 회기가 넘어갈 것이 예측 가능한 상태였다”며 “내년 중으로 법 개정을 통해 대책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준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현행법상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가 ‘경계’ 이상이면 카페 내 플라스틱컵 사용금지 등 일회용품 사용규제에 한시적 예외를 둔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동인구가 줄면서 국내 주요 카페의 일회용품컵 사용량은 코로나19 사태에도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라며 “코로나19로 일회용품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업계의 얘기는 다르다. 경기의 한 일회용컵 및 플라스틱포장설비 유통업체 사장은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배달업체들 호황 덕에 매출이 오히려 늘었다”며 “다른 업체들 타 업종에 비해 매출이 나쁘지 않다 보니 ‘당장 손 털고 나가야 한다’는 위기감은 없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일회용품 줄이기 운동의 변수로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만 해도 일회용품 감축 로드맵은 순항 중이었다. 2018년 5월 환경부와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면서 21개 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 브랜드의 매장당 1회용 컵 사용량은 2017년 7만 6376개에서 2018년 6만 5376개로 14.4% 줄었다.
업종전환이 더딘 것은 지원사업에 대한 홍보 부족도 한몫 했다. 한 일회용컵 유통업체 관계자는 “업종전환 지원사업에서 일회용품 생산·유통업체에게 우선순위를 준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