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보호 위한 'SW 진흥법'
IT업계 "혼란 반복 않으려면
대기업 참여 허용해야" 지적
김유열 EBS 부사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LG CNS에 대한 감사를 표시했다. 이 회사가 13일부터 원격학습 플랫폼인 EBS 온라인클래스의 시스템 개선 작업에 무보수로 컨설팅을 지원해 주고 있어서다. LG CNS는 EBS 온라인클래스 개선 작업에 직접 참여할 수 없다. 대기업의 공공기관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를 막는 ‘소프트웨어(SW)산업 진흥법’ 때문이다.
21일 교육계와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공공 원격학습 플랫폼인 EBS 온라인클래스와 e학습터는 각각 유비온과 퓨전소프트가 개발을 담당했다. 유비온은 지난해 매출이 약 185억원, 퓨전소프트는 2018년 매출이 약 72억원인 중소기업이다. 개발에 든 비용은 EBS 온라인클래스가 약 14억7000만원, e학습터가 약 8억6000만원으로 알려졌다.
EBS 온라인클래스와 e학습터는 온라인개학이 시작된 지난 9일부터 연일 접속 지연과 로그인 오류 등의 장애가 발생했다. IT업계에서는 예견된 장애라는 반응을 보였다. 두 플랫폼 모두 수천 명 수준의 동시 접속자를 고려해 개발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급히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예상치 못한 오류가 속출했고, 대규모 시스템통합(SI) 사업 경험이 많은 LG CNS가 급히 ‘소방수’ 역할을 했다.
LG CNS가 시스템 개선을 긴급 지원했지만, 정식으로 사업을 수주할 수는 없다. 2013년 개정된 SW산업 진흥법에 따르면 매출 8000억원 이상 대기업은 80억원 이하의 공공 SW 사업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 매출 3조원이 넘는 LG CNS는 처음부터 참여가 불가능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신기술 관련 사업에 일부 참여할 수 있으나, 이때도 중소기업과 컨소시엄을 맺고 중소기업 비율을 50% 이상으로 해야 한다. LG CNS가 소방수 역할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IT, 교육업계에서는 대기업의 공공 SW 참여가 막히면 이번 온라인 개학처럼 혼란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사업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에 SI 사업을 맡기려면 사업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
국립대에서 사무국장을 지낸 한 교육부 공무원은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원격수업과 같은 시스템이라면 믿고 맡길 만한 업체에 의뢰하도록 법령을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