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판] 총선 뒤 더 세진 '이낙연 대망론'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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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승리 이끌어 당 기반 탄탄해졌지만
정적들 집중 공격 대상 될 수 있어
친문계 지지 얻을 수 있을지도 관건
정적들 집중 공격 대상 될 수 있어
친문계 지지 얻을 수 있을지도 관건
‘4·15 총선’에서 누구보다 빛을 발한 정치인은 단연 이낙연 전 총리(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대책위원장)다. 그는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에서 대선 라이벌인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큰 표 차로 꺽으면서 ‘이낙연 대세론’‘이낙연 대망론’에 탄력을 붙였다. 현재로서는 여야 통틀어 뚜렷한 대선 경쟁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꽃길이 놓여 있는 것 같다.
이 전 총리가 종로에서 대승할 수 있던 것은 개인 호감도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총선 투표에서 확인된다. 이 전 총리는 5만4902표(58.3%)를 얻어 3만7594표(39.9%)에 그친 황 전 대표를 1만7308표 차이로 제쳤다. 종로구 비례정당 투표에선 미래통합당 비례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 비례 정당인 더불어시민당보다 448표 더 많았다. 미래한국당을 지지한 상당수 유권자가 이 전 총리를 찍은 것이다.
무엇보다 이 전 총리가 종로 출마에 선수를 던진 것이 주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른바 선점효과다. 황 전 대표가 종로 출마를 두고 미적대는 사이 지난 1월 총리 퇴임 직후 종로 출마 선언을 하며 먼저 치고 나갔다. 1월 23일에는 구정 귀성객 인사차 서울 용산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황 전 대표와 신사적인 경쟁을 한번 펼쳤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했다. 머뭇거린 황 전 대표는 실기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이 전 총리가 출마 선언 선수를 치면서 머뭇거린 황 전 대표는 덫에 걸렸다”며 “피한다면 겁쟁이라는 덫에, 출마한다고 해도 우유부단하다는 이미지의 덫에 걸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황 전 대표는 엉거주춤 후자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 전 총리는 황 전 대표와 비교해 단호한 리더십 이미지를 심을 수 있었다. 선거전 시작 전부터 황 전 대표에 비교 우위에 섰던 것이다.
총선 때 이 전 총리가 인물론을 내세운 것도 주효했다. 이 전 총리의 전략은 ‘미래’, ‘국민통합’, ‘지역일꾼론’이었다. 이 전 총리는 황 전 대표가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출마를 선언한 날 “4·15 총선을 종로와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출발로 삼고자 한다”고 했다. 인물론과 미래비전을 제시해 황 전 대표의 정권심판론과 대비한 것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이 전 총리의 강점은 경륜과 안정감이다. 20여 년간의 신문사 기자 생활, 국회의원 4선의 경치 경력에 행정 경험(전남도지사·총리)도 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장수 총리(2년 4개월 27일)를 역임하며 안정적인 국정 운영 능력을 보여준 것도 강점이다.
이낙연 대망론이 2년 뒤 대선 때까지 이어질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너무 일찍 대망론, 대세론이 형성되는 것이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정적들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되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 약점들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이회창·고건 전 총리 경우가 그렇다.
당내 친문(친문재인)계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4·15 총선’을 거치면서 비문(비문재인)계가 대거 공천 탈락되고, 청와대 참모 출신들이 20명 가까이 당선되면서 친문계는 명실상부한 당내 다수파가 됐다. 그러나 이 전 총리는 친문이 아닌 당내 비주류에 속한다. 그가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친노(친노무현)계가 주축이 돼 창당한 열린우리당에 합류하지 않고 호남계 위주의 민주당에 남았던 것이 ‘아킬레스 건’이다.
현재로선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는 친문계로선 이낙연 대망론에 편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당내 일반적 기류다. 권력 속성상 강력한 차기 유력 주자에게 힘이 쏠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친문계 일각에서 이 전 총리에게 8월 예정된 전당대회에 당권주자로 나서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도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 임기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친문 주자들이 대선전에 뛰어든다면 애기가 달라질 수 있다. 아울러 차기 대선 때까지 향후 2년 간 국정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 전 총리도 함께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이 전 총리도 무시 못할 우군을 확보해 당내 위상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는 총선을 선두에서 진두지휘 했기 때문에 압승의 1등 공신이다. 또 이 전 총리가 총선에서 후원회장을 맡아 지원 유세를 펼친 민주당 후보만도 38명에 달한다. 이들은 차기 대선 경선전에서 이 전 총리를 떠받치는 강력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이낙연 대망론은 이전보다 기반이 더 단단해졌다는 의미다.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yshong@hankyung.com
이 전 총리가 종로에서 대승할 수 있던 것은 개인 호감도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총선 투표에서 확인된다. 이 전 총리는 5만4902표(58.3%)를 얻어 3만7594표(39.9%)에 그친 황 전 대표를 1만7308표 차이로 제쳤다. 종로구 비례정당 투표에선 미래통합당 비례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 비례 정당인 더불어시민당보다 448표 더 많았다. 미래한국당을 지지한 상당수 유권자가 이 전 총리를 찍은 것이다.
무엇보다 이 전 총리가 종로 출마에 선수를 던진 것이 주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른바 선점효과다. 황 전 대표가 종로 출마를 두고 미적대는 사이 지난 1월 총리 퇴임 직후 종로 출마 선언을 하며 먼저 치고 나갔다. 1월 23일에는 구정 귀성객 인사차 서울 용산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황 전 대표와 신사적인 경쟁을 한번 펼쳤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했다. 머뭇거린 황 전 대표는 실기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이 전 총리가 출마 선언 선수를 치면서 머뭇거린 황 전 대표는 덫에 걸렸다”며 “피한다면 겁쟁이라는 덫에, 출마한다고 해도 우유부단하다는 이미지의 덫에 걸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황 전 대표는 엉거주춤 후자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 전 총리는 황 전 대표와 비교해 단호한 리더십 이미지를 심을 수 있었다. 선거전 시작 전부터 황 전 대표에 비교 우위에 섰던 것이다.
총선 때 이 전 총리가 인물론을 내세운 것도 주효했다. 이 전 총리의 전략은 ‘미래’, ‘국민통합’, ‘지역일꾼론’이었다. 이 전 총리는 황 전 대표가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출마를 선언한 날 “4·15 총선을 종로와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출발로 삼고자 한다”고 했다. 인물론과 미래비전을 제시해 황 전 대표의 정권심판론과 대비한 것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이 전 총리의 강점은 경륜과 안정감이다. 20여 년간의 신문사 기자 생활, 국회의원 4선의 경치 경력에 행정 경험(전남도지사·총리)도 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장수 총리(2년 4개월 27일)를 역임하며 안정적인 국정 운영 능력을 보여준 것도 강점이다.
이낙연 대망론이 2년 뒤 대선 때까지 이어질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너무 일찍 대망론, 대세론이 형성되는 것이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정적들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되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 약점들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이회창·고건 전 총리 경우가 그렇다.
당내 친문(친문재인)계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4·15 총선’을 거치면서 비문(비문재인)계가 대거 공천 탈락되고, 청와대 참모 출신들이 20명 가까이 당선되면서 친문계는 명실상부한 당내 다수파가 됐다. 그러나 이 전 총리는 친문이 아닌 당내 비주류에 속한다. 그가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친노(친노무현)계가 주축이 돼 창당한 열린우리당에 합류하지 않고 호남계 위주의 민주당에 남았던 것이 ‘아킬레스 건’이다.
현재로선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는 친문계로선 이낙연 대망론에 편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당내 일반적 기류다. 권력 속성상 강력한 차기 유력 주자에게 힘이 쏠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친문계 일각에서 이 전 총리에게 8월 예정된 전당대회에 당권주자로 나서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도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 임기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친문 주자들이 대선전에 뛰어든다면 애기가 달라질 수 있다. 아울러 차기 대선 때까지 향후 2년 간 국정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 전 총리도 함께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이 전 총리도 무시 못할 우군을 확보해 당내 위상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는 총선을 선두에서 진두지휘 했기 때문에 압승의 1등 공신이다. 또 이 전 총리가 총선에서 후원회장을 맡아 지원 유세를 펼친 민주당 후보만도 38명에 달한다. 이들은 차기 대선 경선전에서 이 전 총리를 떠받치는 강력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이낙연 대망론은 이전보다 기반이 더 단단해졌다는 의미다.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