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대폭락…5월물 WTI 사상 첫 `마이너스`

오늘 국제유가가 최악의 흐름을 보였습니다. 급기야 장중에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이제는 돈을 얹어서 팔아야 할 상황까지 온겁니다.

유가 하락의 원인을 살펴보면, 최근 OPEC+의 감산 합의 전까지 산유국들의 공격적인 증산이 유가 하락의 일차적 원인이었구요.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수요 감소가 커지면서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은 것이 2차 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오늘 원유 시장의 `선물 만기일`까지 겹치면서 급격하게 낙폭이 커진 겁니다.

간밤에 5월물 WTI는 무려 305% 폭락하면서 배럴당 마이너스 37달러 선까지 주저앉았는데, 같은 시각 6월물 WTI는 15.3% 급락하면서 배럴당 21달러 19센트를 기록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국제유가는 꾸준히 하락 압력을 받아왔습니다. 주요 산유국들이 5월부터 두 달 간 하루 97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지만, 하루 3천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요 감소분을 메우기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기사를 보면, 마켓워치는 원유 선물 시장에서 슈퍼 콘탱고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는데요. 슈퍼 콘탱고란 WTI 현물 저장공간의 부족 우려 등으로 다가오는 월물의 선물 가격이 미래 월물과 비교해서 극도로 낮은 현상을 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일`이 겹치면서 낙폭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입니다. 원유 선물 투자자들은 5월물 원유를 실제로 인수하거나, 혹은 6월물로 바꿔야 하는데, 5월물 WTI 만기일을 앞두고 6월물 선물 계약으로 교체하는 수요가 몰리면서 변동성이 극대화됐다는 겁니다.

투자자, 원유 종목 저가 매수·분할 매수 노려

유가가 폭락하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유례없는 저가매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원유 ETF나 ETN을 보유한 투자자들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져 저점 추가 매수를 생각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지금이 썩은 동아줄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모습입니다. 5월물과 6월물의 가격 변동 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만약 지금 매수하고 유가가 폭등하더라도, 6월물로 넘어가면서 발생하는 롤오버 비용에 유가 폭등으로 얻게되는 수익을 그대로 반납하게 돼 수익률은 매우 적어 질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원유 추종 종목의 신규 유입은 권하지 않고, 만약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기 위해 추가 매수를 생각한다면 분할 매수보다는 오히려 보유하고 있는 원유 레버리지를 손절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CNBC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 WTI가 5월물 거래 마감일에 사상 최악의 흐름을 보였다"면서 "미국산 유가가 마이너스 상태를 나타낸 것은 사상 최초"라고 강조했습니다. 유가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생산자들이 돈을 줘가면서 팔아야 된다는 뜻인데요.

석유 전문지 오일프라이스는 "미국 에너지부가 석유기업들에게 저장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 하고 있다. 또한 텍사스주의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 텍사스 철도위원회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주 차원의 원유 감산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월물 유가는 사상 최악을 나타냈습니다. 오일프라이스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미국의 원유 저장이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인식 속에 5월물 유가가 대추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로 올해 미 경제 14% 위축될 것"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수석 경제 자문이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인해서 올해 미국 경제가 두 자릿수대의 위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간밤에 엘-에리언은 CNBC와의 인터뷰를 가졌는데요. 그는 "미국이 마이너스 10%에서 마이너스 14%의 역성장세를 보일 수 있다"며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가파른 하락세를 예상했는데요.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의 미국의 올해 GDP 예상치를 약 마이너스 4%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IMF에서는 미국 경제가 올해 5.9%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폭락하고 있는 유가도 거들었다고 전했습니다. IMF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쇼크를 경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습니다.

엘-에리언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피해가 뚜렷히 다르게 나타난 것을 볼 때, 기존에 적용됐던 전통적인 틀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이는 경제 반등을 위한 추가적인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폭락한 유가로 인해 사람들은 달러를 더 많이 보유하게 될 텐데, 이처럼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몇가지 혜택이 있지만 현 경제 상황에서는 이조차도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지금 경제학자들의 미국 경제의 소폭 하락 예상이 조금 우려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엘-에리언은 자신을 포함해서 지금 시장에는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한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며 "자신이 틀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는데요. "코로나19의 팬데믹 이후 경제 활동 재개 과정은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박찬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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