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새 '사회적 타협기구' 추진
정총리, 노동계·경영계 잇따라 만나
민주노총까지 포함해 신속한 대화를 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정부가 공식 대화기구인 경사노위를 배제한 채 민주노총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나 신속한 노·사·정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만남은 김 위원장이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원포인트 노·사·정 비상협의를 열자”고 제안한 것에 대한 화답 성격이었다.
문제는 민주노총이 비상협의체 구성의 전제 조건으로 ‘경사노위 배제’를 내세웠다는 점이다. 민주노총은 1998년 노사정위원회(현 경사노위)에 참여했다가 내홍을 겪고 이듬해 탈퇴해 지금까지 불참하고 있다.
정부는 공식 대화기구를 지키느냐, 신속한 대타협이냐를 놓고 고민 끝에 ‘속도’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는 이날 “여러 논의가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은 추후 발표하겠다”면서도 “긴급한 노·사·정 대화 추진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형식에 관계없이 조속히 대화 틀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민주노총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 총리는 20일 저녁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총리 공관으로 불러 면담했다.
민주노총의 제안을 총리가 사실상 수용한 모양새를 보이면서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경사노위는 물론 경영계도 ‘입조심’에 들어갔다. 고용부와 경사노위, 경총 등은 지금까지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안 들어오더라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함께 대화 틀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원포인트 협의가 이뤄진다면 22년 만에 양대 노총이 함께하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총리실이 주도하는 현 상황에서 특별히 언급할 얘기는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경사노위를 철저히 외면했던 민주노총이 20년 넘게 이어온 공식 대화기구를 무력화하고 사회적 대화 판을 휘어잡자 노동계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공무원, 교사, 공무직 등 공공부문 통합노조인 공공서비스노조총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최저임금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등 큰 권한이 있는 정부기구에는 참여하는 민주노총이 유독 사회적 책임을 동반하는 경사노위에만 불참하고 있다”며 “경사노위를 제쳐두고 비상협의를 제안한 이유는 총선 이후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은 방기하고 그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