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 라영환 교수, '반 고흐, 꿈을 그리다' 펴내

네덜란드 화가로 20세기 서양 미술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짧은 생애 동안 '해바라기', '밤의 테라스', '별이 빛나는 밤', '자화상', '까마귀 나는 밀밭' 등 명작을 줄기차게 그려냈다.

하지만 '반 고흐' 하면 자기 귀를 자른 광기의 예술가로 기억하곤 하다.

비운의 천재 화가였다는 것이다.

반 고흐는 알려진 바처럼 정신병자였을까?
총신대 라영환 교수는 신간 '반 고흐, 꿈을 그리다'를 통해 반 고흐는 광기 어린 예술가가 아니라 하늘의 소명에 따라 산 영성의 화가였다고 말한다.

이번 책 특징은 '비운의 천재화가'라는 오도된 신화를 깨고자 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반 고흐의 죽음을 둘러싼 문제들, 그리고 아버지나 친구 폴 고갱 등과의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인간관계를 되짚어가며 그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고자 한다.

이와 함께 그의 따뜻하고 배려심 깊었던 인간성에 주목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조직신학을 전공한 라 교수는 최고 지성의 상아탑 안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현장으로, 사람에게로 다가갔다.

미술과 음악 그리고 이야기로 '찾아가는 인문학' 운동을 편 것이다.

이번 저서 역시 이 같은 현장 탐사와 만남의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라 교수는 반 고흐의 첫 사역지인 영국 램스게이트와 아일워스 시절을 시작으로 신학교 입학을 준비하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절, 벨기에 보리나주 탄광 시절, 그리고 화가 꿈을 키우던 헤이그 시절과 누에넨, 파리, 아를, 오베르 등지를 일일이 추적하며 그의 발자취와 숨결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책에서는 고흐 회화 작품 100여 점을 저자의 현장 취재 사진 60여 점과 함께 감상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개신교 목사였던 반 고흐는 자신도 성직자가 되고자 갈망했으나 끝내 그 길을 가지 못했다.

대신에 그림을 통해 긍휼의 마음으로 사회적 약자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치유코자 했다.

그가 화가의 길을 걷게 한 데는 왕실 제본사의 딸로 그림을 잘 그렸던 어머니가 있었다.

예술적 재능을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반 고흐의 인생은 순례자 같았다.

그는 이 세상 어디에도 발붙일 만한 곳이 없었다.

하지만 낙망하지 않고 자신이 가야만 하는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훗날 그가 자신의 그림에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을 주로 담은 이유도 그림으로 이들에 대한 세상의 의무를 일깨우기 위함이었다.

"
저자의 말처럼 반 고흐에게 그림은 작은 섬김이었다.

성직자의 길을 가지 못하게 되면서 깨달은 소명이 소외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자는 것이었고, 그림은 그 위로와 치유를 위한 요긴한 수단이 됐다.

반 고흐는 '밭에서 일하는 농부의 옷차림'에서 '주일에 정장을 차려입고 교회에 갈 때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했다.

요컨대, 반 고흐는 '한 손에는 성경을, 다른 한 손에는 붓을 들고' 산 영성의 예술가였다.

특히 농부와 직조공, 광부, 도시 노동자, 실업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작품화함으로써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껴안고 치유하고자 했다.

기독교 핵심가치인 '사랑'을 자기만의 방법과 색깔로써 실천하며 살았던 것이다.

저자는 "반 고흐의 작품은 우리에게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이루어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는 광기 어린 천재도, 가난과 불행으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화가도 아니다.

신화에 가려진 참된 반 고흐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 책을 냈다"고 말한다.

피톤치드. 344쪽. 2만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