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서정에 담긴 '꽃·나무 가득한 고향'
‘노란 꽃대 세우고/가시 잎 흔드는 방가지똥 보았네//빼꼼히 고개들어 마주한 풀꽃/파란 하늘 이고 선 모습 예뻐/내 마음 슬쩍 주고 왔네.’

신동열 시인이 2018년 《하루》 이후 2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 《독백》(다시올)에 수록된 시 ‘정(情)’의 전문이다.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을 의인화해 친근하게 바라봤다. 그는 민들레, 코스모스, 지칭개, 국화, 동백꽃, 은행나무 등 화초와 수목을 시에 자주 등장시킨다. 건축과 땔감, 도구, 조경 등 인간의 살림살이와 가까이 있어 상대적으로 친근하고 사람들이 가장 편하게 받아들일 만한 소재여서다.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인 신 시인은 2017년 ‘다시올 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그는 이번 시집에 꽃과 나무가 가득한 고향을 자주 소환했다. ‘그리운 앞산 나뭇가지’ ‘굽이진 길목 흔적들’ ‘흐드러진 웃음소리에 마을 어귀가 환하다’와 같은 시구들은 시인에게 시골과 고향이 빛을 반짝이며 푸르게 물들어가는 생의 공간이라는 느낌을 전달한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어머니’를 자주 등장시킨다. 시 ‘호박’에선 ‘스치던 발길 멈추고/되돌아 다시 보니/그 위에 내 어머니가/덩그러니 앉아 계셨네’라고 한다. 시인과 어머니 사이에 놓인 기억의 매개물인 호박을 활용해 유년시절을 지배하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향한 연민과 그리움을 표현한 것이다.

공광규 시인은 “수록 시 상당수가 꽃과 나무가 서 있는 공간을 풍부한 서정으로 묘사했다”며 “동화적 세계를 향한 따뜻한 서정성”이라고 평가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