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앉히기도 어려운데"…발달장애 학생들, 힘겨운 온라인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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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시간 짧고 인지능력 낮아…인터넷 학습 사실상 불가능
"비장애인 중심 정책에서 늘 소외…'제2의 코로나' 대비해 보완책 마련해야" "발달장애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요.
화면을 쳐다보기는커녕 자리에 앉으려고 하지도 않는걸요.
개학하고부터 이틀간 말 그대로 '전쟁'을 치렀어요.
"
서울 양천구에 사는 박모(45)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중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각급 학교가 온라인으로 개학했지만 특수학급 소속인 박씨의 아이는 원격 수업을 듣기가 쉽지 않다.
박씨는 19일 "당연히 힘들 거라고 예상도 했고, 코로나19로 사회 구성원 모두가 불편함을 감내한다는 점도 알고 있다"면서도 "온라인 수업이 아이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체감하니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참 막막하다"고 했다.
온라인 개학은 코로나19 사태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의 교육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이달 16일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와 특수학교로 확대됐다.
그러나 지적장애·자폐 등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에는 실효성이 없고 외려 부담만 가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족과 교사들에 따르면 발달장애 학생들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고 인지능력이 낮아 온라인을 통한 학습이 실질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자폐 2급장애 아들이 있는 이모(42)씨는 "아이가 영상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 보니 과제 중심으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는데, 문제는 대부분의 부모 역시 특수아동 지도에 능숙하지 않다는 점"이라며 "선생님들도 사정을 아니까 그냥 '가능하면 시켜주세요'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경기도의 한 특수학급 교사 A씨도 "16∼17일 수업에서 간단한 문제풀이를 숙제로 내줬는데 학부모들에게서 '도저히 안 되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평소 장애아동의 가족은 생활능력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교육은 학교나 복지기관이 맡아오다 보니 부모들에게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같은 학급이라도 인지 수준이 천차만별인 발달장애 학생들에게는 '개별화 교육'이 핵심인데, 온라인에선 이런 방식이 어렵다.
지적장애가 있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키우는 류승연(43) 작가는 "선생님은 한 분인데 매일 아이들 각자의 수준에 맞춰 학습 영상을 대여섯개씩 만들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며 "그렇다 보니 엄마가 영상을 시청한 후 따로 아이에게 주제별 수업을 시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국이 이러한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순회 교육이나 긴급돌봄서비스 등 대안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교사가 학생들의 집을 번갈아 방문하는 순회 교육의 경우 특수교사와 발달장애 학생 모두에게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특수교사 단체들부터 비판을 받았다.
현행 긴급돌봄서비스 역시 개별화 지도가 필요한 특수아동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자폐가 있는 아이들은 자극을 주는 프로그램이 없고 지루함을 느끼면 '탠트럼'(tantrum, 퇴행 증상의 일종으로 자폐아동이 보이는 분노 발작)을 보이기도 한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어떤 상황이든 비장애인 지원에만 우선 초점을 맞춰 체계를 구성하고, 다양성에 대해 고민은 하지 않는 것이 이러한 사태의 궁극적 원인"이라며 "약자를 배제한 획일적 정책과 뒤늦게 마련한 대안들은 미흡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사자 가족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이제부터라도 발달장애인 교육권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마련하자고 제안한다.
류승연 작가는 "교육부에 온라인 특수교육을 위한 부서가 따로 만들어졌으면 한다"며 "비장애 학생들을 위한 EBS 교육방송처럼 인지 수준별로 풍성한 교육 영상을 축적해두면 비상 상황에서 교사와 부모들의 막막함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류 작가는 "방역된 장소에서의 1대1 대면학습이 일주일에 한두 시간이라도 가능해진다면 발달장애 학생 당사자가 온라인 수업을 '학교 수업의 연장'으로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제2, 제3의 코로나 사태에서는 발달장애 아이들의 교육권을 지킬 수 있도록 아쉬운 점들을 미리 고민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
"비장애인 중심 정책에서 늘 소외…'제2의 코로나' 대비해 보완책 마련해야" "발달장애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요.
화면을 쳐다보기는커녕 자리에 앉으려고 하지도 않는걸요.
개학하고부터 이틀간 말 그대로 '전쟁'을 치렀어요.
"
서울 양천구에 사는 박모(45)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중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각급 학교가 온라인으로 개학했지만 특수학급 소속인 박씨의 아이는 원격 수업을 듣기가 쉽지 않다.
박씨는 19일 "당연히 힘들 거라고 예상도 했고, 코로나19로 사회 구성원 모두가 불편함을 감내한다는 점도 알고 있다"면서도 "온라인 수업이 아이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체감하니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참 막막하다"고 했다.
온라인 개학은 코로나19 사태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의 교육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이달 16일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와 특수학교로 확대됐다.
그러나 지적장애·자폐 등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에는 실효성이 없고 외려 부담만 가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족과 교사들에 따르면 발달장애 학생들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고 인지능력이 낮아 온라인을 통한 학습이 실질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자폐 2급장애 아들이 있는 이모(42)씨는 "아이가 영상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 보니 과제 중심으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는데, 문제는 대부분의 부모 역시 특수아동 지도에 능숙하지 않다는 점"이라며 "선생님들도 사정을 아니까 그냥 '가능하면 시켜주세요'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경기도의 한 특수학급 교사 A씨도 "16∼17일 수업에서 간단한 문제풀이를 숙제로 내줬는데 학부모들에게서 '도저히 안 되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평소 장애아동의 가족은 생활능력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교육은 학교나 복지기관이 맡아오다 보니 부모들에게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같은 학급이라도 인지 수준이 천차만별인 발달장애 학생들에게는 '개별화 교육'이 핵심인데, 온라인에선 이런 방식이 어렵다.
지적장애가 있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키우는 류승연(43) 작가는 "선생님은 한 분인데 매일 아이들 각자의 수준에 맞춰 학습 영상을 대여섯개씩 만들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며 "그렇다 보니 엄마가 영상을 시청한 후 따로 아이에게 주제별 수업을 시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국이 이러한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순회 교육이나 긴급돌봄서비스 등 대안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교사가 학생들의 집을 번갈아 방문하는 순회 교육의 경우 특수교사와 발달장애 학생 모두에게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특수교사 단체들부터 비판을 받았다.
현행 긴급돌봄서비스 역시 개별화 지도가 필요한 특수아동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자폐가 있는 아이들은 자극을 주는 프로그램이 없고 지루함을 느끼면 '탠트럼'(tantrum, 퇴행 증상의 일종으로 자폐아동이 보이는 분노 발작)을 보이기도 한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어떤 상황이든 비장애인 지원에만 우선 초점을 맞춰 체계를 구성하고, 다양성에 대해 고민은 하지 않는 것이 이러한 사태의 궁극적 원인"이라며 "약자를 배제한 획일적 정책과 뒤늦게 마련한 대안들은 미흡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사자 가족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이제부터라도 발달장애인 교육권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마련하자고 제안한다.
류승연 작가는 "교육부에 온라인 특수교육을 위한 부서가 따로 만들어졌으면 한다"며 "비장애 학생들을 위한 EBS 교육방송처럼 인지 수준별로 풍성한 교육 영상을 축적해두면 비상 상황에서 교사와 부모들의 막막함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류 작가는 "방역된 장소에서의 1대1 대면학습이 일주일에 한두 시간이라도 가능해진다면 발달장애 학생 당사자가 온라인 수업을 '학교 수업의 연장'으로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제2, 제3의 코로나 사태에서는 발달장애 아이들의 교육권을 지킬 수 있도록 아쉬운 점들을 미리 고민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