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지역 민주당 정치인 숙명 그린 '영남 인동초' 출간

"사람들은 내리 3번씩이나 선거에 출마한 나 보고 국회의원병에 걸렸느니 어쩌니 말을 하지만, 나는 한 번도 당선된다는 생각으로 출마한 적은 없어."
당선 꿈꾼 적 없는 40년 가시밭 외길…아들이 쓴 자서전
불가능을 알면서도 소신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면 어떨까.

가끔 망설임에 빠진 이들이 갖는 물음에 답해 줄 책 '영남 인동초(忍冬草)'가 발간됐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이육만 상임고문 일생을 다룬 이 책은 아들이 썼다.

'육손이'로 태어난 아버지의 여섯 번째 손가락을 화자로 내세워 아버지가 지나온 길을 덤덤하게 그렸다.

신문기자였던 이 고문은 1971년 대통령 선거 때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연을 맺는다.

그 인연을 40여년간 이어오며 이른바 'DJ 정당' 정치인으로 '불모지'에서 3차례 출마하는 등 10번의 선거를 치렀다고 한다.

당선이 불가능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가산을 탕진해 가며 민주당 계열 뿌리 당원으로서 지역주의 극복에 평생을 바친 그는 영남지역 민주당 역사의 산증인이다.

아들은 그를 '영남 인동초'라고 부른다.

아버지의 우직한 삶이 갖은 고초를 겪었음에도 화합과 화해의 정신을 보여준 김 전 대통령과 궤를 같이한다고 봤다.

김 전 대통령이 인동초라면 그 거목에서 영남으로 갈라져 나온 가지로 인고의 세월을 견뎌냈다는 의미로 책 제목을 그렇게 붙였다.

아들은 전쟁고아들과 함께한 청소년기, 기자 시절, 교단 생활, 질곡의 야당 정치인 시절,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황혼기 등 시기별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아버지 일대기를 서술했다.

어둡던 야만의 시절 인혁당 당수로 사형당한 도예종과 인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애환도 엿볼 수 있다.

아들은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를 둔 탓에 20번 넘게 이사를 한 가족 애환과 야당 정치인으로서 무기력함에 고뇌하는 아버지 내면세계를 잔잔한 필치로 그려냈다.

아버지 삶을 정리한 이성훈 전 대구MBC 보도국장은 이 책을 '자서전(子敍傳)'이라 칭한다.

그는 책을 쓰는 동안 부모님의 고단한 삶을 들여다봄으로써 성장 과정에서 생긴 마음의 상처들이 치유됐다고 한다.

세상의 많은 아들, 딸들에게 지금 당장 부모님 삶을 기록하는 시간 여행을 떠날 것을 그는 권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