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고강도 쇄신' 전권 요구할 듯
"외부인에 맡겨선 안돼" 반론도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은 1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차기 지도 체제를) 어떤 식으로 하는 게 좋을지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여러 의원과 당선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빨리 당의 안정을 찾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패배 직후 황교안 대표가 사퇴하면서 통합당 지도부는 초토화된 상황이다.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당겨 치르는 방식으로 차기 지도부를 최대한 빨리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 지도부 중 유일하게 당선된 조경태 최고위원은 “과거처럼 비대위를 길게 가져가면 안 될 것 같다”며 “지금 상황에선 (전당대회를) 빨리 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비대위를 구성하더라도 전당대회 전까지 상황을 정리하는 ‘수습대책위원회’ 정도의 역할만 하고, 새롭게 구성될 지도부가 본격적인 당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선거를 지휘했던 김 전 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복당 후 당 수습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는 이날 “김 전 위원장은 카리스마도 있고 오랜 정치 경력도 있으며 더불어민주당이나 우리 당에서 혼란을 수습해본 경험도 있다”며 “(비대위원장으로) 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고 했다. 5선에 성공한 정진석 의원은 “위기를 극복할 역할을 맡을 분은 김 전 위원장뿐”이라며 “삼고초려하기 위해 다음주 초 당선자들과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수용한다면 그 조건으로 ‘전권’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이날 “나는 일하는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나름대로는 생각이 있다”고 했다. 고강도 혁신 작업에 대한 당 차원의 약속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의 ‘재등판’에 부정적인 당 안팎 여론이 변수가 될 수 있다. 3선에 성공한 김태흠 의원은 “당 쇄신을 외부인에게 맡길 수 없다”며 “김 전 위원장도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다”고 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생환한 ‘무소속 4인방(홍준표·김태호·권성동·윤상현 당선자)’의 복당을 둘러싸고도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